한국은행 가계부채 또 경고…"경제성장 제약할 수준"
보고서 "금리상승시 소비·투자 제약 우려…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나 증가세가 성장을 제약할 수준으로 과다하다는 한국은행 경고가 또 나왔다.
한국은행은 6일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된 '글로벌 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2.8%로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과다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연구기관에 따라 레버리지(빚으로 투자하는 것) 과잉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가계부채는 GDP 대비 75∼85%, 기업부채는 80∼90%, 정부부채는 85∼90%(신흥국은 50% 내외)로 대략 추정된다고 전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1년 부채비율(GDP 대비) 임계치를 가계 75%, 기업 80%, 정부 90%로 제시했다.
임계치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경계값을 뜻한다. 부채비율 임계치는 부채의 위험 수위로 이해할 수 있다.
그해 국제결제은행(BIS)도 성장을 제약하는 부채 규모 임계치를 가계 85%, 기업 90%, 정부 85%로 산정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함께 스위스(128.4%), 호주(123.1%), 노르웨이(101.6%), 캐나다(101.0%), 스웨덴(85.7%)가 가계부채 임계치 상회국가라고 밝혔다.
이들 6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 가운데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서 한국이 가계부채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부채는 홍콩(233.9%), 중국(166.3%), 벨기에(163.2%), 프랑스(128.5%), 싱가포르(118.1%), 캐나다(117.3%), 칠레(101.2%)가 임계치를 넘은 국가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금리 상승시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및 투자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 추가 인상으로 각국 금리도 오를 개연성이 크다.
BIS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금리가 2.5% 포인트 상승하면 민간부문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은 3.7% 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보호무역정책이 강화되면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업 부문 부실이 확대되고 투자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
보고서는 "세계경제가 개선세를 보이는 만큼 각국은 소득증대, 한계기업 구조조정 추진 등으로 부채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과 비교하면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진앙지였던 미국과 유로지역 재정취약국에서 민간부채가 줄었고 신흥국은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등의 지표가 양호하다는 것이다.
정부부채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민간부채보다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성장에서 가계부채 부작용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가계부채는 총량, 증가속도 측면에서 우려되며, 취약차주 중심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므로 사회안전망 차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가계부채 경고가 잇따랐다. 위원들은 가계부채 지속 상승은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부담요인이라거나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한 거시적 위험 상승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4월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에서 "가계부채 누증은 소비와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취약계층 채무상환 부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월에도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으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만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저량효과로 인해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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