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정점검회의서 제기된 '수능 절대평가'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을 놓고 정부 내에서 '속도 조절론'이 대두했다. 이달 내 확정을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수능개편시안은 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처음 보고됐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입 같은 교육정책은 학생과 학부모, 대학이 승복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매우 신중하게, 때로는 천천히 가야 한다"면서 교육정책의 '현장 수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어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91점을 받은 나는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가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참석한 부처 장·차관들의 의견을 구했다. 학생의 경쟁 부담 완화 등을 명분으로 '전면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으나 대다수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단계적 확대를 제안했고, 교육부가 의견을 더 수렴해 결정·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절대평가 확대를 앞장서 추진해온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휴가 중이어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 부총리가 있었으면 회의 분위기가 달라졌을 거라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정 현안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회의에서 국무총리가 매우 민감한 사안을 끄집어내 활발한 토론을 이끈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원래 이 회의는 이런 일을 하라고 여는 것일 테지만, 이번처럼 자유롭게 의견이 개진되고 자연스럽게 다수 의견이 형성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 총리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이 문제를 완곡한 반대의견까지 붙여 토론에 부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총리나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제를 던지지 않았다면 활발한 토론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오랜만에 이 회의가 운영 목적에 걸맞게 진행된 것 같은데 여기서 나온 의견이 교육부의 수능개편안에도 충실히 반영되기 바란다.
수능 절대평가는 지난해 한국사에 처음 적용됐고, 올해 2018학년도 입시에서는 영어도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입 적용을 목표로 절대평가 전면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는 입시 과열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 고교생의 학교생활을 '입시지옥'에 비유하곤 한다. 학업의 부담도 크지만 전문 컨설턴트가 성업할 만큼 입시제도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더 따져보지 않아도 교육부가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정부의 좋은 정책 의지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이번에도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학력의 하향 평준화 우려를 접어두더라도, 절대평가에 따른 변별력 저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쉽게 예상되는 현상이 면접 등을 통한 대학 본고사 전형 강화인데, 수능 부담을 줄여준다면서 본고사 부담을 추가로 떠안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수능 절대평가를 해도 사교육비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학생부 종합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국정점검회의에서 제기된 신중론에 청와대 관계자는 "범위와 속도의 문제이지 큰 틀에선 그 방향(절대평가 확대)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절대평가 전면 확대'는 흔들리지 않겠지만 감속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 같다. 이 총리의 제안도 속도 조절에 무게가 실린 것이니 어느 정도 수렴 점은 생기는 분위기다. 이미 고교의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교육과정도 바뀌었다. 현재의 중3이 개편된 고교 과정을 거쳐 2021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는 만큼 수능 손질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국정점검회의에서 나타났듯이 2021학년도부터 전 과목 절대평가를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듯하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영어 절대평가 결과를 일단 지켜보는 다음 단계를 검토하는 게 순리다. 차제에 이 총리가 강조한 '정책 현장의 수용 가능성'도 다시 진지하게 점검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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