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원세훈 선고 눈앞…검찰 추가수사 '속전속결' 나서나
30일 선고 예정…국정원 이르면 금주 조사결과 이첩…檢 "신속히 검토"
30개 외곽팀 운영 등 새 증거로 '중대 사정변경' 변론재개 신청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TF)가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이 광범위한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증거를 손에 넣게 될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30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상태여서 조사결과가 재판과 검찰의 공소유지에 영향을 줄 것인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심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이 3일 밤 전격 공개한 중간 조사결과가 마무리 단계인 원 전 원장 재판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의 취임 후 '댓글 작전'의 주축인 국정원 심리전단이 2009년 5월부터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2012년 12월까지 '알파(α)팀'을 비롯한 최대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사실이다.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5년째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70여명으로 꾸려진 심리전단 직원들이 '일부 외부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감행한 인터넷상 정치·선거 개입 활동이 핵심 사안으로 다뤄졌다.
이들의 활동이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대선 개입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시작된 검찰 수사는 정치적 민감성 탓에 갖은 난관에 부딪혀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평가된다.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강행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갑작스러운 혼외자 논란에 휘말려 불명예 사퇴했고,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은 '항명 파동' 여파로 일선 수사에서 배제돼 정권 내내 한직으로 여겨지는 지방 고검을 전전했다.
검찰은 새로 확보된 자료가 원세훈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데 '게임 체인저' 수준의 중대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자료가 넘어오면 신속히 검토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파기환송심 선고가 임박한 점에서 이르면 금주 검찰에 일부 결과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TF가 자료를 이첩하거나 고발, 수사의뢰 하면 신속히 검토해 재수사 등 향후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까지 염두에 두고 중대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변론 재개를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곽팀 운영 정황을 보면 기존 재판 쟁점인 국정원의 정치 개입 활동 범위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검찰은 국정원법 위반과 대선 개입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본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파기환송돼 자칫하면 이번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이 1심처럼 무죄로 결론 나는 상황을 우려한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 규명 차원에서 광범위한 사이버 댓글 활동이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죄에 해당)를 구성한다는 주장으로 변론 재개를 요구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도 많게는 수만∼수십만 건에 달하는 디지털 자료 분석에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
또 선고를 목전에 두고 기존 공소사실 범위보다 훨씬 넓은 새로운 혐의 사실을 얹으려 할 경우 당사자는 방어권 보장이 불가능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변론 재개 시 검찰의 주장·입증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현행 판례상 2심은 원칙적으로 1심 자료를 이어받아 판단하는 '속심'의 성격을 지닌다. 새 증거가 제시되면 자유롭게 심리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워낙 자료가 방대해 사실상 새로 재판을 시작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선고가 이뤄지면 검찰은 전면 재수사에 나서 2014년 대선 개입 외에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 추가 기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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