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미널 마인드' 원작-tvN작 전격 해부…캐릭터부터 연출까지

입력 2017-08-06 09:30
수정 2017-08-06 10:20
'크리미널 마인드' 원작-tvN작 전격 해부…캐릭터부터 연출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직은 차별점보다 비슷한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 호평과 악평이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원작이 워낙 대작이다 보니 시청자의 눈은 유난히 날카롭다.

13년째 방영되며 200여 개국에 무수한 팬을 거느린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리메이크작 tvN '크리미널 마인드' 얘기다.

6일 기준으로 방송 2주차니 평가는 조금 미뤄두더라도,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해보는 일은 늘 즐겁다. 캐릭터부터 스토리, 소소한 연출 기법까지 두 작품을 나란히 해부해본다.



◇ 샤프한 하치너부터 마성의 리드까지…캐릭터 열전

tvN은 원작에 없는 인물도 있다고 소개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모든 인물을 원작 속 인물과 매칭할 수 있었다.

일단 손현주가 연기하는 국가범죄정보국 행동분석팀(NCI)의 강기형 팀장은 원작 속 FBI 행동분석팀(BAU)의 최고 프로파일러 제이슨 기디언(맨디 파틴킨 분)과 애런 하치너(토마스 깁슨) 팀장을 섞어놓은 듯하다.

세계 최고 프로파일러이지만 과거 자신의 요원과 인질이 현장에서 죽는 것을 목격하고 트라우마가 생긴 기디언과 강기형은 상당 부분 닮아있다. 무심한 듯 후배들을 챙기는 성격도 비슷하다. 반면, 팀장 직책과 프로파일링 때 종종 보여주는 냉철한 분석력은 하치너를 모티브로 삼은 것 같다.



'행동대장' 격인 수색 요원 김현준(이준기)은 BAU의 데릭 모건(쉐마 무어)을 떠올리게 한다. 전직 폭발물 처리반이었다는 점, 가장 발로 뛰는 타입이라는 점이 그렇다. 다만 현준은 모건의 능글능글함과 다정함보다는 샤프한 매력을 자랑한다.





행동분석관 하선우(문채원)는 프로파일러 에밀리 프렌티스(페짓 브루스터)와 흡사하다. 사회 고위층 아버지를 둔 점, 직선적인 성격 등이 비슷하지만 선우는 화끈한 프렌티스보다 더 예민하고 날카롭다.

미디어담당관 유민영(이선빈)은 공보요원 제이제이(A.J.쿡)와 연결된다. 다만 민영은 이선빈의 기존 이미지 때문인지 다정하고 섬세한 제이제이보다는 걸크러시 느낌이 강하다.



정보요원 나나황(유선)은 페넬로페 가르시아(커스틴 뱅스니스)와 완벽하게 매치된다. 독특한 패션과 하이톤을 자랑하는 가르시아가 국내 시각에서는 어색하기도 하고, 리메이크작 분위기가 원작보다는 좀 더 무겁게 전개되는 타이밍이라 나나황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윤이 연기하는 NCI 최연소 천재 요원 이한은 BAU의 마스코트 스펜서 리드(매튜 그레이 구블러)다. IQ 187에 뛰어난 직관, 기억력, 통계를 활용해 '속사포 랩'을 하듯 분석을 뱉어내는 리드는 원작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리드보다는 한층 차분해 보이는(?) 이한이 어떤 매력을 발산할지 기대를 모은다.



◇ 빨려드는 프로파일링의 세계…명언 전달·이동수단도 눈길

지금까지 공개된 리메이크작의 에피소드들은 원작 초반에서 다룬 내용이 많았다. 범인의 성격과 모습을 추리해보는 프로파일링의 기법 역시 상당 부분 닮았다.

특히 첫 회의 건물 폭파 사건과 3회부터 등장한 강기형의 가족을 위협하는 연쇄 살인마 리퍼는 원작에서도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김현준이 현장과 맞닥뜨리면 수화기 너머로 강기형과 하선우가 범인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나나황은 용의자 데이터베이스나 위치 검색으로, 이한은 빠른 두뇌 회전으로, 유민영은 언론 상대로 지원사격을 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물론 13년 전 원작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프로파일링은 생소한 세계였기에 더 주목받은 측면도 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은퇴한 1호 프로파일러가 나올 정도이기 때문에 리메이크작은 신선도에서 핸디캡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역시 스토리텔링 기법의 프로파일링은 흡입력을 지닌다. 리메이크작도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첫 주보다는 캐릭터들과 프로파일링 과정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 늘고 있다. 원작보다 캐릭터 간 감정적인 관계를 좀 더 드러낸 것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소소한 연출 기법에도 관심이 높다.

'크리미널 마인드' 하면 많은 팬이 떠올리는 것은 매회 도입부에 요원들을 태운 전용기가 하늘을 나는 장면과 함께 울려 퍼지는 명언 내레이션이다.

'심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된다'(프리드리히 니체)처럼 프로파일러들에 대한 말부터 '진실은 순수하기 힘들고 결코 단순할 수 없다'(오스카 와일드)처럼 인생의 진리를 담은 말까지 매 에피소드의 핵심을 담은 명언들은 '크리미널 마인드'를 상징하는 연출 기법이 됐다.

리메이크작에서는 매번은 아니지만 한 사건이 끝나고 나면 방송 말미에 강기형이 소회를 내레이션하기도 한다. 손현주의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가 포인트다.

요원들의 이동수단 역시 비교 대상이다.

원작 속 요원들은 광활한 대륙을 오가느라 늘 전용기를 탄다. 치열했던 현장을 뒤로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전용기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색에 빠지는 장면이 시청자에게도 한 번씩 여유를 준다.

반면 리메이크작 속 요원들은 주로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손현주가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이 끝나기 전에 헬기라도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이라고 농반진반으로 밝히기는 했지만, 국내 지형상(?) 제주도에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굳이 전용기를 탈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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