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에 수당누락…근로감독서 드러난 경마장 '갑질'(종합)

입력 2017-08-04 16:36
초과근무에 수당누락…근로감독서 드러난 경마장 '갑질'(종합)

근로관계·산업안전분야 270개 지적사항 과태료 부과

민주노총 "서류상 문제만 확인했다" 조사 부실 지적도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차근호 기자 = 최근 두 달 새 마필관리사 두 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한국마사회 부산경마장에 대해 고용노동청이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경마장에서 벌어진 갑질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4일 부산고용노동청 북부지청 근로감독결과에 따르면 근로관계분야 248건, 산업안전분야 22건 등의 관련법 위반이 확인돼 과태료 5천530만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북부지청은 지난 5월 마필관리사 박경근 씨가 목숨을 끊은 이후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8일까지 두 달간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마방(조교사) 32곳을 상대로 근로감독을 벌였다.

조사결과를 보면 32개 마방 전부가 1년 차 미만의 마필관리사 54명에 대한 연차수당 1천28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마필관리사 252명에 대한 '근로자의 날' 연차수당 3천430만원과 88명에 대한 각종 직급수당이나 식대 9천790만원도 누락했다.

32곳의 마방 중 28곳에서는 법정 연장근로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한 근무가 빈번히 이뤄졌다. 마필관리사 14명에 대한 조기출근 수당 2천800만원도 지급되지 않았다.

마필관리사들은 연차유급 휴가가 있어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차휴가는 수당으로 모두 보상되기는 했지만 고용노동청은 마필관리사가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주의를 줬다.

마방 2곳을 제외하고는 근로자 명부의 필수 기재사항인 생년월일과 주소 등을 누락해 시정지시를 받았다.

마사회 측은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 일부를 마필관리사에게 떠넘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마 경기의 출발업무를 마사회 직원이 해야 함에도 그동안 마필관리사가 이 업무를 해왔다.

북부지청은 마필관리사에 대한 상금분배기준도 명확히 하라고 권고했다.

과천 경마장의 경우 마필관리사에 대한 상금분배기준을 명확히 서류로 작성해 관리하지만 부산경마장의 경우 조교사에 대한 분배기준만 있을뿐 마필관리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산업안전분야에서는 마사회가 19건, 마방이 3건을 위반했다.

특히 산업재해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부산경남본부가 5건, 마방 업체가 1건이었다.

이번 근로감독 결과 부산경남본부가 마방 업체 조교사에게 말 관리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불법 파견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청은 마사회에 대해서는 이달 18일까지, 개별 마방에 대해서는 29일까지 지적사항에 대한 수립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국마사회 부산지부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지적한 모든 사안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측은 부산경마장에 대한 자체 특별감사도 오는 9일부터 닷새간 벌일 예정이다.

마필관리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마사회 소속 직원이었지만 1990년 마사회가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개별 마주제'를 부산경마장에 적용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과천 경마장은 마필관리사 '협회'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있지만 부산경마장은 개별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민주노총은 이런 식의 고용구조가 착취로 이어져 최근 마필관리사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과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경남본부의 마필관리 업무에 대한 즉각적인 작업중지명령과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근로감독은 서류상의 문제점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고용노동부는 마필관리사가 죽음을 선택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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