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텐센트, 이용자 정보수집 문제로 충돌
텐센트 "화웨이가 스마트폰서 위챗 이용자정보 수집"
화웨이 "이용자 동의 얻어 수집…사생활 침해 아냐"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굴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거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이용자 정보수집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3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스마트폰인 아너 매직을 활용해 중국 최대의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에서 주고받는 메시지를 포함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위챗은 근 10억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화웨이는 출하 대수 기준으로 중국 1위의 스마트폰 제조사다.
소식통들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측은 화웨이가 사실상 자사의 데이터를 훔쳐가고 있으며 위챗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중국 공업화신식부에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WSJ의 질의에 대해 아너 매직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만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용자 스스로가 스마트폰의 세팅을 변경해 협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화웨이는 "모든 이용자 데이터는 이용자 본인들에게 속한 것이지, 위챗이나 아너 매직에 속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업화신식부의 테스트에서 프라이버시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업화신식부 측은 텐센트의 개입 요청에 대해 당사자들의 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측은 "우리는 생태계의 모든 당사자가 테이블에 나와 산업 발전과 협력, 규칙을 논의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한편 텐센트는 "우리는 이용자와 업계 전반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당국은 물론 이통사, 스마트폰 제조사, 앱 개발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화웨이와의 분쟁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양사의 다툼은 이용자 데이터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해, 텐센트 같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 기업들은 이용자의 활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각각 탐을 내고 있다.
스마트폰의 차별성이 떨어지자 화웨이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AI를 경쟁을 헤쳐나갈 돌파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철저히 관리하고 보호한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화웨이가 대당 550달러에 판매하는 아너 매직에는 AI기술이 접목돼 있다. 사용 빈도에 따라 홈 화면에 나열되는 앱들이 자동으로 이동한다거나 태국 요리를 언급하는 텍스트 메시지가 있으면 스마트폰이 인근의 태국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것이 그 실례다.
구글도 AI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사용자가 레스토랑에서 만나자는 텍스트를 보내면 이를 읽고 자동으로 레스토랑 위치와 고객 평점 등을 제시해준다.
위챗과 화웨이는 전에도 충돌한 바 있다. 양사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아이폰에는 위챗페이의 지문 인증 기능이 들어가 있지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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