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건 풍파' 윤석열·검찰과 국정원, 수사 '2막' 재회

입력 2017-08-04 14:03
수정 2017-08-04 14:33
'댓글사건 풍파' 윤석열·검찰과 국정원, 수사 '2막' 재회

2013년 당시보다 조사 대상 방대…수사팀 규모·구성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댓글 부대'를 운영해 여론조작에 나선 사실을 확인해 고발 또는 수사의뢰가 이뤄지면 검찰이 곧바로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를 밀어붙이다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좌천됐다가 정권교체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한 윤석열 검사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가 수사 지휘 책임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의 '2라운드' 수사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윤 지검장과 국정원의 관계는 그야말로 악연이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듬해 4월 민주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특수1부장에서 여주지청장으로 막 발령이 난 윤석열 지청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윤 지검장은 2013년 10월 상부 승인 없이 팀장 전결로 국정원 직원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가 직무에서 배제되고 고검 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기소 의견을 내놓았지만 관철되지 않아 원 전 원장은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고검 검사로 머물던 윤 지검장은 지난해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수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서 올해 5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댓글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적폐청산 TF에서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면 관련 자료를 보고 수사 방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전 수사 때 검찰은 부장검사급이 지휘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당시 윤 지청장을 팀장으로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 검사 6명(공안 3·특수 1·첨단 1·형사 1명), 수사관 12명, 디지털포렌식 요원 등 수사지원 인력 10여명으로 구성했다. 중간 지휘는 2차장검사가 맡았고 최종적으로 중앙지검장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이번에 드러난 온라인 여론 조작은 과거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당시 수사에선 2009년 원 전 원장 취임 이후 2012년 대선 전까지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 수십 곳에서 수백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1천900여 건의 정치·대선 관여 글을 올리고 1천700여 차례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글을 쓴 직원은 9명으로 파악됐다.

기소된 관계자는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직원 2명에 그쳤다.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전 심리전단장, 김모 심리전단 직원 등 3명, 외부 조력자 이모씨 등 6명은 기소유예됐고, 여타 국정원 직원들은 입건 유예됐다.

새 수사팀 규모는 과거보다 커질 전망이다. 댓글 부대 자체가 민간인을 포함해 3천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사안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공안 쪽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당시 수사팀과 비교해 특수·공안부 등의 인력 배분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원 전 원장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법원에 변론재개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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