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아세안 무대 남중국해 외교전…中, 또 웃을 듯
아세안 외교장관 성명에 中 영유권 강화 우려 '톤다운' 전망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번 주말부터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무장관 회의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펼쳐진다.
아세안의 친중 성향이 한층 짙어지면서 중국이 또다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무장관은 5일 내놓을 공동 성명에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물론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이긴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도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성명 초안에는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 "일부 장관들의 우려에 유의한다"는 문구가 담겼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는 지난해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의 각종 성명에 '심각한 우려'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완화된 것이다.
필리핀대의 제이 바통바칼 해사법연구소장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침묵은 중국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고 CNN 필리핀에 말했다.
중국과 아세안은 별도 외무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 틀을 승인하고 세부 조항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서겠지만, 아세안의 요구와 달리 중국은 COC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데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입장에서는 COC 이행을 강제화하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영유권 강화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COC 제정은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으려고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조치다.
7일 미국, 중국 등도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남중국해 사태가 논의되겠지만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탈미 친중' 노선을 선언한 필리핀이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으면서 예상된 일이다.
중국은 이를 지렛대 삼아 아세안 국가에 대한 경제·방위 지원을 확대하며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애쓰고 있다.
지난 4월 두테르테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나온 의장 성명이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은 물론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를 거론하지 않아 중국이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과 관련, 미국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계속 수호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올해 아세안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여 남중국해를 둘러싼 외교전에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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