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딜레마 속 대중 무역조치 연기…미 언론 "우리도 큰 내상"(종합)
4일 발표 연기한듯…"IT업계 中보복 우려, WTO 규정도 中에 유리"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對北)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보복 차원의 '대중(對中) 무역전쟁'을 준비 중이지만, 미국 역시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을 막고 중국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위해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무역관행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철퇴'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2위'인 중국이 반격에 나선다면 미국에 닥칠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주 중으로 예상됐던 대중 무역조치 발표를 연기했다는 보도도 이런 고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일 백악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조사하라고 명령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연기 사유와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주 초 조사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역 조치는 미·중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중국의 보복과 이에 따라 미국 경제계가 입을 피해에 대한 염려도 크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은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미국 정부가 조치를 과연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IT분야의 한 로비스트는 WSJ에 "미국 업체들의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의 보복"이라며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시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미국 기업 인사들이 중국을 비판할 때, 익명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를 중국에 무역조치를 취하려고 하지만, 미국의 화력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의 IT기업들에 대해 상당한 통제력(grip)을 확보하고 있다"며 '무역전쟁'의 주요 무대로 꼽히는 IT분야에서 중국이 강력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의 IT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IT기업들은 중국과 상당 수준의 합작관계를 맺고 있고, 이는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도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난 1999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당시, 개발도상국으로서 산업보조금 지급과 해외투자·서비스 통제 등에 대해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무역전문가를 인용, "WTO 가입 당시에는 중국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경제 규모를 키울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WTO 규칙을 준수하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국제무역 규범상 유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중국의 무역 관행을 손보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행동은 야당인 민주당을 포함해 폭넓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중국이 불공정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미국 내에서도 별다른 반론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무역 보복 조치로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해 이익을 얻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국영 기업에 대한 '타깃 관세'나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관세 부과, 또는 중국의 미국 내 투자 제한 등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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