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개헌일정 정해진 것 아니다"…개헌 추진 보류하나

입력 2017-08-03 19:21
수정 2017-08-03 21:06
日아베 "개헌일정 정해진 것 아니다"…개헌 추진 보류하나

사학스캔들에 "불신 초래 반성·사죄한다"…미일 안보보장협의회 조기개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개정 논의에 대해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말해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던 기존 입장에서 돌아섰다.

아베 총리는 3일 개각 기자회견에서 개헌 일정에 대해 "논의를 깊게 하기 위해서 돌을 던진 것(제안을 한 것)"이라며 "스케쥴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헌 논의를 자민당이 주도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확실하게 논의를 해서 국민과 국회에서의 논의가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개헌 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 먼저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뒤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 발언은 내각 지지율 하락과 도쿄(東京)도의회 선거 참패 등으로 아베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개헌 속도 조절론이 부각된 가운데 나온 것으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며 개헌 논의에 채찍질하던 기존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020년을 개정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고 평화헌법 규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자고 개헌을 제안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자민당에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었다.

하지만 한때 70%를 넘던 내각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떨어지고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전례 없는 참패를 당하자 개헌 추진이 사실상 힘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결국 여론의 반발에 기존 방침을 수정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개각 내용을 설명하면서 지지율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사학스캔들에 대해 다시 사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특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인 '가케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들의 커다란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가 됐다. 다시 깊게 반성과 사죄한다"며 한동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5년 가까운 장기 집권으로 느슨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권교체 때의 강한 사명감과 높은 긴장감을 생각해 그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겸허하고 정중하게 국민의 부탁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19명의 각료 중 6명을 각료 무경험자로 꾸리는 내용의 개각을 발표했다. 5명이 유임됐고 각료 경험자는 8명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눈길을 확 끄는 새 인물이 없는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새 각료 중 자신에게 비판적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의원을 총무상으로 임명한 것을 강조하며 "귀가 아픈 이야기도 직언해 준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의 외무·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회'(2+2)를 조기에 개최해 (북핵)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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