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힘들어"vs"더위야 반가워" 폭염속 울고웃는 작업현장

입력 2017-08-04 06:31
수정 2017-08-04 08:29
"더워서 힘들어"vs"더위야 반가워" 폭염속 울고웃는 작업현장

1천도 화로 대장간 '땀범벅'…영상 4도 냉장창고 '여름 최고 직장'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섭씨 1천도의 화로 앞에서 일해야 하는 대장간, 영상 4도의 추위 속에 일하는 냉장창고.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극과 극'의 온도 앞에 사업장 근로자들의 희미가 엇갈리고 있다.

대장간 처럼 잠깐만 일해도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더운 곳에서 폭염에 맞서는 근로자들이 있는 반면, 영하에 가까운 작업장에서 오히려 폭염에 고마움을 느끼는 근로자들도 있다.





폭염 경보가 발령됐던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장간.

출입문에 들어서자 '깡깡 쇠치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왔다.

대장간 안 섭씨 1천도가 넘는 화로에서 멀찌감치 서 있는데도 1분도 안 돼 온몸에 땀이 흥건해졌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 일할 수가 없어 대장장이 천모(68)씨는 아침 일찍부터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화로 앞에서 보호 장갑 두 겹을 겹쳐 끼고 망치질을 하던 천씨는 30분 만에 허리를 폈다.

그는 너무 더워 30분 일하고는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천씨는 "대장일을 한 지 50년이 넘었는데 올여름은 특히 더 더운 것 같다"라며 "여름철에는 아예 일감을 받지 않는 대장간도 많을 정도로 일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경기도 여주시의 한 배추밭에서는 파종이 한창이었다.

김장배추를 수확하려면 이맘때 파종을 마쳐야 하지만, 한낮에는 열기가 심해 작업이 아예 불가능하다.

햇빛을 가려준다는 치마모자도, 얼음팩이 들어간 냉풍조끼도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김모(61)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낮 열두 시부터 오후 세시까지는 일을 아예 할 수가 없다"라며 "농사는 때를 놓치면 큰일인데 더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폭염이 오히려 반가운 작업장도 있다.

경기도 오산시 한 유제품 냉장창고. 벽에 걸린 온도계는 영상 4도를 가리키고 있다.

창고 안과 밖은 무려 27도나 차이가 났다.

집에서 열대야에 시달리다가 출근하면 곧장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 피부에 와 닿는 시원함을 즐긴다는 게 근로자들의 말이다.

최모(42)씨는 "더울 때마다 사람들이 농담처럼 '냉장고에 들어가고 싶다'고들 하는데 이 일이 딱 그것"이라며 "일하다 보면 오히려 긴 소매 옷이 필요할 정도여서 여름엔 이곳보다 좋은 직장이 없다"라고 전했다.



다른 사람들은 피서지로 찾는 곳이 직장인 사람들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는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한 인명 구조요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원한 물속에서 일하다 보니 알바족들 사이에서 구조요원은 이른바 '꿀 알바'로 정평이 나 있다.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일이지만 파도 풀 안에서 물살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잊힌다.

무엇보다 피서지 특유의 축제 분위기와 인명구조의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매년 지원자가 줄을 설 정도다.

구조요원 정모(24·여)씨는 "워낙 방문객이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도 잦지만,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라며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이 일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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