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혜택 보나"…파키스탄, '일대일로' 구상에 불평

입력 2017-08-03 15:17
"중국만 혜택 보나"…파키스탄, '일대일로' 구상에 불평

파키스탄 기업인들, 中의 관세와 억압적 보안조치에 불만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하나로 건설한 '중국-파키스탄 우호의 고속도로'가 중국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며 파키스탄 기업인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파키스탄 국경선 넘어 중국 쪽에 살며 일하는 파키스탄 기업인 대다수는 '중국-파키스탄 우호의 고속도로'를 일방통행 도로로 표현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전했다.

이 고속도로는 중국의 서쪽 끝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카스(喀什·카슈가르)와 파키스탄의 히말라야산맥 산악지역을 가로지르는 길이 1천300㎞의 왕복 2차선 도로다.

양국 국경선에서 120㎞ 떨어진 타슈쿠르간에서 보석 상점을 운영하는 파키스탄인 무라드 샤는 "중국은 우리의 우정이 히말라야산맥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고 말하지만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키스탄 주민들에겐 혜택이 하나도 없고 중국의 성장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9천명인 타슈쿠르간은 중국 카스와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을 잇는 신 실크로드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의 지리적 요충지다.

중국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3천㎞ 길이의 도로·철도·가스관을 건설해 신 실크로드를 구축하기로 하고 일대일로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많은 460억달러(52조6천460억원)의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양국 모두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통계 수치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하반기 파키스탄의 대중국 수출은 8% 감소한 반면 수입은 거의 29%나 증가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너선 힐만 연구원은 지난 5월 파키스탄 시장이 중국산 할인 철강으로 뒤덮였고 중국은 관세를 올리겠다며 위협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파키스탄은 과연 중국에 무엇을 수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파키스탄 무역업자들이 중국 신장 지역에 수출할 수 있는 제품은 의약품과 화장실 용품, 준보석류, 양탄자, 수공예품 등 소형 소비재다. 그렇다 보니 신장 지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기업인들은 수출 회랑을 통해 얻는 혜택이 거의 없다.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 카스의 무역업자인 무하마드는 "중국제품을 파키스탄으로 수출할 때는 문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파키스탄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오늘은 5%, 내일은 20% 식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며 어떤 경우에는 수입 불가 판정도 나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장 지역에서 중국 당국의 억압적인 보안조치도 파키스탄 기업인들의 불만 사항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후 이슬람 인구가 많은 신장 지역의 극단주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수만 명의 보안 병력을 파견하고 엄격한 보안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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