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니 사라진 머리카락…인도서 '유령 이발사' 공포
'범죄 조직·주술사 소행' 추측 무성…"집단 히스테리 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인도에서 의식을 잃은 사이 머리카락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잇따라 나오면서 '유령 이발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와 라자스탄주에서 50명 이상의 여성이 이같이 증언했으며, 경찰이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대에서 '유령 이발사'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달 초다.
하리아나주에 사는 53세 가정주부 수니타 데비는 "갑자기 강한 불빛이 비쳐 의식을 잃었는데 약 1시간 뒤 깨어나 보니 머리카락이 잘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밝은 색깔 옷을 입은 남자 노인이 나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에는 데비의 이웃 아샤 데비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다만, 이번에는 공격한 사람이 여성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데비의 시아버지는 "욕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발견했는데, 머리카락이 잘린 채 바닥에 던져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데비 말로는 모든 일이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발생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근 라자스탄주와 수도 델리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이어졌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기이한 사건"이라며 "범죄 혐의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고 피해 여성의 임상 검사에서도 아무런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들만이 공격한 사람을 봤다거나 그런 존재를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기는 하겠지만, 일단 사람들에게 유언비어를 믿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이상한 사건에 관한 루머는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다.
범죄 조직의 소행이라는 주장부터, 힌두교 등에서 행해지는 밀교 수행법인 탄트라 혹은 주술사와 연관된 것이라는 추측까지 소문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전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도의 작가이자 이성주의 운동가인 사날 에다마루쿠는 "이번 사건의 배후는 기적이나 초능력이 아니다"라며 "증언을 한 여성들은 내적으로 생리학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대로 모방하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그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과거에도 '집단 히스테리'로 판명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2001년에는 델리에서 '원숭이 사람'이 수백 명을 공격했다는 말이 나왔고, 2006년에는 뭄바이의 바닷물이 기적적으로 달아졌다는 소문이 돌아 일대에 관광객 수천 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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