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좋고 인간영향 적으면 도시에도 수달 서식
환경부, 전국 정량화한 수달 서식 모형 첫 개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도시 지역이라도 물이 맑고 인간의 영향이 적으면 수달이 서식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야생동물 실태조사의 하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의 서식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달의 최적 서식지 모형을 파악했다고 3일 밝혔다.
분석 결과, 수달은 농업 또는 산림 지역에서 주로 서식했으며 도심지·도로 등과 같이 '토지 피복'의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서식 흔적이 적게 관찰됐다.
다만, 수질이 양호하고 교통량 등 인위적인 영향이 적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도시 지역에서도 수달이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교통량 등 인위적인 요소가 적을수록 수달의 분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주택밀도나 인구 등은 수달의 분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식지 모형은 수질, 인위적 교란 요인 등 수달의 최적 서식지를 결정하는 요소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지금까지 수달의 분포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서식지 모형을 전국 단위로 정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0년 현장 조사한 수달의 개체 수·배설물·족적 등의 정보를 토대로 전국을 10㎞×10㎞ 크기의 1천74개 격자로 나눈 뒤 수달 서식지로 확인된 680곳을 맥센트(MaxEnt)·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 등 2가지 방식으로 분석했다.
맥센트 모형은 토지유형, 기온, 강수량 등에 따라 종 분포를 측정한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수질을 비롯해 인위적인 요소인 교통량, 주택밀도 등 총 31개 변수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농업과 산림 지역의 수달 대표적인 서식지로는 경북 봉화군과 전남 구례군 등이 꼽히며 도시 지역으로는 경남 진주시, 경북 경산시 등이다.
수달은 또 수질을 판단하는 수소이온농도(pH),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암모니아성 질소(NH3-N) 등의 수치가 낮을수록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수달 서식 흔적이 가장 많이 발견된 지점인 경북 봉화 인근의 경우, 평균 수질은 pH 6.5∼8.5에 COD 2㎎/ℓ 이하, NH3-N 0.2㎎/ℓ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 논문 중 하나인 '저널 오브 매멀로지(Journal of Mammalogy)'에 올해 6월 게재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또 다른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담비나 삵 등도 서식지 모형을 연구할 계획이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수달 외에 다른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해서도 분포 상황을 조사하고 최적 서식지 모형을 연구 중"이라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과 관리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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