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건국론은 임시정부 부정·친일행위 정당화 논리"

입력 2017-08-03 09:15
"1948년 건국론은 임시정부 부정·친일행위 정당화 논리"

한시준 단국대 교수 '역사농단'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해 11월 국정 역사교과서가 공개됐을 때 역사학계가 주목한 단어는 '건국'이었다.

국정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그 대신 '1948년 8년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문장이 실렸다. 이는 기존 교과서에 나오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와는 달랐다. 정부라는 단어가 빠지면서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니라 1948년에 세워진 셈이 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건국절 논란은 '신보수주의'를 기치로 내건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2일 1948년 건국이 옳다고 발언하면서 다시 한 번 촉발할 기세다.

한국근현대사학회장을 지낸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신간 '역사농단'에서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로 주장하는 1948년 건국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했다면 대한제국 멸망 이후 한반도에는 국가가 없었고 임시정부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국 시점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으로 못 박는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보라고 지적한다. 현행 헌법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으로 칭하는 데 대해 "이승만은 제헌 국회에서 건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일이 없고, 자신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말한 일도 없다"고 반박한다.

건국절 논란은 근현대사 재정립, 남북한 사이의 정통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가 왜곡되고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정부의 역할을 한 것이 되므로 친일행위를 정당화할 논리를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어 "북한에서는 임시정부의 존재를 극구 부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임시정부는 대한제국을, 대한제국은 조선을 이은 것이라고 하면 정통성은 남한에 있게 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대한민국 건국일이 정치적 쟁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논쟁을 끝내자고 호소한다.

1948년 5월 제헌 국회에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이승만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날이 29년 만에 민국의 부활일임을 우리는 공포하여 민국 연호는 기미년(1919)에서 기산(起算)할 것이오."

역사공간. 216쪽. 1만2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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