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4일 대선…카가메 대통령 압승 예상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오는 4일 치러지는 동부 아프리카 르완다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폴 카가메(59) 현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된다고 AFP가 2일(현지시간)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대선에는 지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이후 권력의 중심에서 나라를 이끌어 온 카가메에 맞서 잘 알려지지 않은 2명의 후보만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녹색당(DGP)의 프랑크 하비네자가 유일하게 이번 대선 출마가 허용된 야당후보이며 나머지 후보는 무소속의 필리프 음파이마나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카가메도 이번 대선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르완다 거리는 온통 집권여당인 르완다애국전선(RPF)을 상징하는 적·백·청색의 로고와 카가메의 포스터로 휘황찬란하게 도배된 가운데 야당의 포스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하비네자 후보는 남부지방의 한 유세장에서 "정부에서 RPF 포스터가 붙은 곳에는 우리 포스터를 붙일 수 없다고 했다"라며 "RPF가 모든 곳에 포스터를 붙였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비네자의 유세장에는 대부분 요란한 음악 소리에 이끌려 몰려든 10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몇몇 주민이 앉아 있었다.
사빈 은쿤두코제라라고 이름을 밝힌 한 주민은 "호기심에 나왔을 뿐 그가 누군지 잘 모른다. 카가메는 약속을 지켰다. 대통령은 오직 카가메"라고 말했다.
농부인 실뱅 무타이무쿤다(38)도 "이 사람(하비네자)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카가메는 수천 명의 군중 앞에서 "선거는 이미 끝났다"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카가메는 지난 2015년 3선 도전 허용에 관한 헌법개정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98%의 지지를 얻어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헌법개정으로, 카가메는 앞으로 7년 임기의 대권에 2번 더 도전할 수 있어 오는 2034년까지 권좌에 머물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소수 투치족으로 반군 전사 출신의 카가메는 대학살 당시 80여만 명을 살해한 다수 후투족을 축출하고 수도 키갈리를 접수했다.
1994년 부통령과 국방장관으로 정권에 올랐지만, 항상 최고 권력자로 인식됐으며 지난 2000년 의회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됐다.
카가메는 이어 2003년과 2010년 대선에서 유효득표율 90% 이상을 획득하며 권좌를 지켰다.
대다수 르완다 국민은 카가메가 파탄에 빠진 국가를 극적으로 재건하고 질서와 안정을 이룩했으며 인프라 개발과 연 7%대의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영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나 카가메가 공포와 압제에 의한 독재정치를 펼치고 야당과 언론을 체계적으로 탄압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체제 인사들이 암살당하거나 투옥되고 해외로 망명을 떠나는 르완다에서 카가메에 맞선 2명의 후보에 대해 대선 출마가 허용된 것은 이들 후보가 카가메에게 아무런 위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 비판적인 현지 로베르 무가베 기자는 "르완다에 선거는 없다. 카가메를 왕으로 옹립하는 대관식이 있을 뿐"이라며 "참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야당인 일부 국민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카윰바는 그러나 카가메가 국민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DGP를 카가메 대통령의 위용과 RPF의 자원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개의 언덕'으로 알려진 소국 르완다에서는 이번 대선에 6백 90만 명의 유권자가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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