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만에 '포스트 아베' 반열 오른 고이케 日도쿄 도지사
반(反)아베 이미지로 대중 인기얻어 총리적합도 4위에 올라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발언에 개헌 찬성하는 우익인사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계에 '태풍의 눈'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5·여) 도쿄(東京) 도지사가 2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2일 NHK 등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이날 도쿄도청사에서의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보람이 있었던 1년이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정치 세력인 도민퍼스트(우선)회의 전국 정당화라는 민감 이슈는 제쳐 놓고 2020년 올림픽·패럴림픽 준비, 고령화 대책, 보육시설 대기아동 해소 문제, 금융도시 구상 등 도쿄도 이슈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고이케 지사는 작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나서 44.5%의 높은 득표율로 도지사 자리를 거머쥔뒤 도쿄의 해묵은 현안이었던 쓰키지(築地)시장 이전 문제는 물론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 하향 조정, 본인 급여 삭감 등의 정책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는 이런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달 2일 도쿄도의회 선거를 석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전체 의석(127석) 중 지지세력을 포함해 절반을 훌쩍 넘긴 79석을 얻었고, 일부 국회 의원들의 지지도 받아 자신의 도민퍼스트회의 전국 정당화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가 당장 도민퍼스트회를 전국 정당으로 만들어 집권을 노릴 가능성은 낮다. 그보다는 자민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실제 고이케 지사가 도쿄도의회 선거 직전까지도 자민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자민당에 대한 직접 비판을 피하는 '친정 눈치보기' 행보를 해온 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베 총리도 "고이케 지사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익 인사인 고이케 지사가 개헌 등의 문제와 관련해 아베 정권과 협조할 여지가 많다는 게 일본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고이케 지사가 우선 도쿄도 이슈에 집중하면서 인기가 급락하는 아베 정권의 행로를 더 지켜보고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에 대해 "불투명함 때문에 사람들이 (아베 정권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위기관리와 초동 대응이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성 발언을 했다.
이 신문은 고이케 지사가 아베 정권과 연대해 성장 전략, 인프라 정비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성과를 올릴 지가 국정 진출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도의회선거에서 고이케 지사가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포스트 아베'의 경쟁력에서는 자민당의 중진들에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리 적합도를 묻는 산케이신문의 최근 조사에서 고이케 지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20.4%), 아베 총리(19.7%),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농림부회장(9.0%)에 이은 4위(8.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반(反)아베의 상징이 되긴 했지만, 고이케 지사는 사실은 1차 아베 내각에서 총리 보좌관과 방위상으로 중용됐던 우익 인사다.
개헌이 목적인 극우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한 적도 있고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극우 발언도 한 바 있다. 도쿄도지사 취임 후에는 전임 지사의 제2한국학교 부지 유상 대여 방침을 백지화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였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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