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당도 출하 허용 불구 선별기 모자라 혼란 예상
전체 선과장의 10분 1만 광센서 선별기 갖춰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올해부터 고당도 감귤은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모두 상품으로 팔게 됐으나 이를 골라낼 선별기가 모자라 혼란이 일 전망이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해 광센서 선별기로 선별된 당도 10브릭스 이상 감귤을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모두 출하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지름 49∼71㎜, 무게 53∼136g 미만인 감귤만 상품으로 분류했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품으로 보고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
그러나 고당도 감귤을 선별할 광센서 선별기가 설치된 선과장이 아주 적어 상당수 농가가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센서 선별기란 감귤의 외형을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광선을 비춰 당도를 알아내는 선별기다.
현재 광센서 선별기를 갖춘 선과장은 농·감협 30개소와 영농법인 13개소 등 모두 43개소다. 도내 전체 선과장 443개소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도는 이에 지난 6월 고품질 감귤 차별화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9대의 소규모 광센서 선별기 설치사업을 공모했다. 그러나 7개 단체만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다시 2개 단체를 추가로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광센서 선별기 가격이 너무 비싸 농민들이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다. 선별기 대당 가격은 6억8천만원으로 국비와 지방비로 각각 30%를 보조하고, 나머지 40%인 2억7천200만원은 자부담해야 한다.
설령 도의 시범사업이 모두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광센서 선별기를 갖춘 선과장은 겨우 52개소로 늘어날 뿐이다.
감귤을 재배하는 전체 농민 수는 3만1천525명이지만 이들 52개소 선과장을 이용하는 농민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절반가량은 광센서 선별기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광센서 선별기를 이용해 좋은 가격을 받는 농가와 그렇지 못한 농가 사이의 괴리감이 생겨나고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감귤작목반을 운영하는 고창희(49) 씨는 "광센서 선별기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그것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온주감귤이 나는 시기에만 운영해야 하므로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농촌 인력이 고령화돼 농민이 직접 광센서 선별기를 갖춘 선과장으로 출하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상인에게 밭떼기로 팔고 있다"며 "고당도 감귤만 유통해 좋은 가격을 받는다는 정책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도 전체적으로 보면 광센서 선별기를 갖춘 선과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더욱 더 적은 규모의 선별기를 설계해서 좀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추가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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