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차량에 갇힌 4살 여아 구조…구조대원·아버지 진땀
35도 이상 무더위 이어지는 날씨… 차량 갇힘 사고 주의보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이제 괜찮아 아가 이제 괜찮아."
차량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 지쳐 쓰러지듯 앉아 있던 4살 여자아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쳤던 울음을 세차게 다시 쏟아냈다.
아버지는 그런 딸의 울음소리에 오히려 안심된 듯 땀에 젖은 딸의 신발과 양말부터 벗겼다.
2일 낮 12시 40분께 광주 북구 매곡동의 한 주차장에서 A(4)양이 차 안에 갇혔다가 20여 분 만에 구조됐다.
이날은 광주에 폭염경보가 발효돼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치솟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A양의 아버지는 차량을 주차하며 딸이 차 안에 있는 상태에서 문을 잠가 버렸다.
차량 열쇠는 차 안에 있었고, 굳게 잠긴 차량 문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딸은 무더위에 온도가 치솟은 차 안에서 애타게 울며 아빠를 찾았다.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광주 북부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은 가느다란 철사를 문틈 사이로 집어넣어 문을 열어보려 애썼다.
차창 밖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조금만 기다리라고 달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기를 20여분, 차 안에서 울던 A양을 갑자기 울음을 멈췄다.
폭염에 기온이 상승해 A양이 탈진했을 가능성에 119구조대원들은 A양이 앉아 있는 반대편 뒤쪽 차창을 깨부쉈다.
그리고는 차 안에 있던 열쇠를 꺼내 차량 문을 열었다. A양은 차 안에 갇힌 지 20여 분 만에 구조됐다.
운전석에 앉아 애타게 찾던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본 A양은 그쳤던 울음을 다시 터트렸다.
딸을 달래며 다친 곳이 없는지 살피는 아버지의 등은 진땀으로 온통 젖어 있었다.
최근 여름철 차 안에 유아가 갇히는 사고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때 이른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6월 19일에는 경기도 평택에서는 두 살배기 아이가 차 안에 갇혔다가 10여 분 만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보호자는 아기를 조수석에 앉히고 문을 닫은 뒤 트렁크에 유모차를 싣고 차량에 타려는 순간 문이 잠겼다 말해 아이가 차 안에서 이것저것 만지다 문을 잠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여름에는 네살배기 A(당시 만 3세)군이 광주에서 8시간 넘게 홀로 유치원 통학버스에 갇혀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름철 차량 내 갇힘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지만, 미국에서는 폭염 속 차량 갇힘 사고로 영유아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키즈앤드카즈'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매년 평균 37명이 뜨거운 차량 속에 방치되는 사고로 사망하고 있고, 올해도 현재까지 27명이 이런 유형의 사고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실효과 등으로 온도가 치솟은 차량 내 갇힘 사고가 우려된다"며 "영유아 보호자는 스스로 탈출 할 여력이 없는 이들이 차 안에 방치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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