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중국이 넘고 돈은 말레이가…中 투자자들 '눈살'

입력 2017-08-02 15:26
재주는 중국이 넘고 돈은 말레이가…中 투자자들 '눈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대형 인프라 사업에 말레이계 기업을 우선해 참여시키면서 현지 건설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투자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2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17일 열린 숭아이 불로-카장 전철(MRT) 개통 기념식에서 현 정부의 말레이계 우선 정책이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30억 링깃(약 6조원)을 들여 슬랑오르 주(州) 숭아이 불로에서 카장까지 51㎞ 구간에 전철을 개설하는 이번 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50%가 '부미푸트라'(말레이계 본토민) 업체라고 밝혔다.

또, 각 역에 들어설 상가도 51%를 말레이계에 우선 할당했다면서, 말레이계 우대 정책이 자유경쟁보다 비효율적이란 견해와 달리 공사 기간이 단축돼 20억 링깃(약 5천240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나집 총리는 중국의 대대적 투자로 진행되는 동부 해안 철도 건설 사업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 사업, 국철 및 모노레일 개선 사업 등 철도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 대다수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내년 8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을 앞두고 말레이시아 인구 3천100여만 명의 약 60%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유권자의 지지를 공고히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홍콩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나집 총리의 '말레이 우선' 행보가 중국 투자자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내 철도와 항만 건설에 향후 20년간 4천억 링깃(약 105조원)을 투자하기로 해 저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장기화 등으로 침체에 빠진 말레이시아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자국 기업, 특히 말레이계에 수주를 몰아준다면 중국 투자자와 건설사들이 납득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말레이시아 야당인 민주행동당(DAP) 소속 옹 키앙 밍 하원의원은 "중국 대기업 대다수는 자국 내의 초과설비 문제를 해외 프로젝트 참여로 해소하길 원하기에 사업 상당 부분을 현지 업체에 넘기는데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샤흐리만 록먼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ISIS) 수석 연구원도 "중국이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민족) 집단 간에 형성된 미묘한 균형과 부미푸트라 정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파른 학습 곡선을 거친 뒤에는 중국도 말레이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지역적 맥락을 더욱 정교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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