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란의 핵프로그램 제한하려면 위험한 인센티브도 필요"

입력 2017-08-02 14:19
"北·이란의 핵프로그램 제한하려면 위험한 인센티브도 필요"

美전문가, 5년 전 북·미간 '유예' 2.29 합의 파기와 그 후 과정 복기

"美, 이란 장거리로켓 발사 구실로 핵 합의 파기하면 제2의 북한 만든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 핵 활동을 '유예'하고 이를 검증·감시하며 5㎿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 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의 북한 복귀에 합의하되, 미국은 북한에 24만 t의 영양 식품과 추가적인 식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북한과 협의한다."



지금은 북한과 미국 모두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는 양자 간 합의 골자다. 5년 전인 2012년 몇 차례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런 내용의 2.29 합의가 이뤄졌다.

이 합의가 단명으로 끝난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용(북한 측 주장)이라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미국 측 주장) 로켓의 발사 시험을 그해 4월 김일성 100회 생일(15일)을 앞둔 13일 강행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실패였다.

미국은 이것이 유엔안보리 결의와 2.29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식량 지원 계획을 철회했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 발사는 주권 국가의 권리라고 반박했지만, 미국은 '우주 발사체'도 유예 대상이라는 점을 북한에 못 박았었다며 일축했다.

"1990년대 미국의 많은 관리는 북한이 자체 로켓을 사용해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북한의 ICBM 기술 터득을 돕는 것이라는 이유로, 그것에 관해 동의해주는 어떤 외교적 합의든 모두 반대"한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 축하를 위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해야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빌미로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늦출 수 있었던 2.29 합의 전체를 포기한 것은 "단견이었음이 이제 분명해졌다"고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포린 폴리시(7.31) 기고문에서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2차례 잇따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은하 로켓(미국은 대포동-2로 명명)을 전용한 게 아니라며 "화성-14형 ICBM은 대포동-2나 이란의 우주 발사체 '시모르그'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우주 발사체 기술로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을 조립해 연료를 주입, 발사하려면 만 하루가 걸릴 것인데 유사시 미국이 그런 여유를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화성-14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의 협상 논리는 "제재와 군사 공격이라는 회초리는 당근과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근'의 경우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위험스러운 기술의 평화적 사용을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인센티브"도 포함해야 한다. "사악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연구까지" 허용할 수 있어야 협상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엔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루이스 연구원의 2.29 합의 재론은 북한의 우주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2.29 합의가 유지됐더라면 지금 북핵 문제가 어떤 상태일까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반추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을 '제2의 북한'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다.

이란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하루 전 인공위성을 탑재한 시모르그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협상 노력이 붕괴한 후 지금의 북한과 핵 합의가 작동하고 있는 오늘날 이란의 모습"은 2가지 매우 다른 가능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유용한 기회다.

이란 핵 합의 반대론자들은 시모르그 발사가 합의문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합의문엔 미사일 발사에 관한 명문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합의 위반이 아니다.

문제는 애초부터 이 합의를 못마땅해 하며 합의 파기 구실을 찾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진영이 "이란을 못살게 굴어서 합의를 깨고 나가도록" 하기 위해 시모르그 발사에 계속 시비를 걸 가능성이 있는 데, 이는 북한의 사례를 보면 단견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화성-14 미사일의 2단은 이란의 사피르 로켓의 2단과 닮았다. 북한의 기술이 이란으로 넘어간 게 아니라 이란의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된 경우다. 이란이 ICBM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들지 않기로 선택한 때문이라고 루이스 연구원은 강조했다.

ICBM은 중·단거리 미사일과 달리, 핵무기를 운반하는 목적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이란이 ICBM을 만들면 핵 합의 붕괴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충돌을 의미한다. 현재로썬 이란이 이런 사태를 피하고 싶기 때문에 ICBM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이며, 이는 다른 말로 핵 합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루이스 연구원의 결론은 "우리가 핵 합의의 지속을 원한다면, 이란의 우주비행 열망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의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용인해준 것처럼" 말이다.

그는 "한가한 손은 악마의 놀잇감이라는 말처럼, 이란이 ICBM을 만들지 않도록 하려면 이란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우주 발사체 같은 것을 갖고 노느라 바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란이 그 기술을 북한에 판다면 제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우주여행 국가군에 끼겠다고 하면 환영해주자"고 그는 주장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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