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보수주의로 이념·정책 '우클릭'…한국당, 朴체제와 차별화
서민경제 활성화·소외계층 강조…정치적 외연 확대
박근혜·친박 언급은 선언문서 빠져…반성수위 '어정쩡'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자유한국당이 2일 발표한 '한국당 신보수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보수주의와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념적인 측면에서는 '우클릭'을 통해 홍준표 대표가 누누이 강조해온 '이념무장'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적으로도 박근혜 정부 시절의 보편적 복지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서민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서민중심경제'를 선언문에 포함한 대목은 정치적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할 과거 반성 부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친박(친박근혜)에 대한 직접적 명시 없이 모호하게 넘어갔다.
당 혁신위원회의 이옥남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한국당 신보수주의에 대해 "보통 신보수주의라고 하면 미국의 네오콘(neo conservatism)을 떠올릴 것"이라면서 "강경한 외교정책이나 법인세 인하, 복지 축소를 통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네오콘과는 개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했는데 한국당 신보수주의는 그것과 구분되는, 시장 경제주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서민경제 활성화와 소외된 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가 포함되는 이념"이라며 박근혜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서민중심경제'를 지향점으로 소개하며 "경쟁에 뒤처진 사람들도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국가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동열 혁신위원(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서민중심경제 지향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발, 혁신위원 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또 한국당 신보수주의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3·1 운동 이후 대한민국에 성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부의 정통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1948년 건국이라는 개념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선언문 속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 문구와 관련,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도 위험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집회"라면서도 "헌법에 나온 대의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선언문 중 '철저한 혁신을 통해 보수우파 세력을 통합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라는 대목과 관련해 바른정당 등과의 통합 로드맵을 묻는 말엔 "우리가 혁신에 성공하면 그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인위적 통합보다 그런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선언문에서는 포함 여부가 주목됐던 '박근혜' 및 '친박'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었다.
대신 "한국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해 '제20대 총선 공천실패,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선언문은 (당이 나아가야 할) 가치와 철학을 담아야 하므로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 표현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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