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행정부 '해병 3인방,' 영향력 확대 본격 시동
4성 장군 출신 매티스ㆍ켈리ㆍ던퍼드, 트럼프 '최측근' 등극
보수성향 '절대복종' 가치관 유사, 탁월한 능력도 작용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신임 존 켈리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 직후 '백악관 내분 사태'의 진앙으로 지목돼온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을 전격 해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핵심 '해병 3인방'에 대해 관심이 높다.
해병 3인방은 국토안보부장관에서 백악관 내전 해결사로 투입된 켈리 실장 외에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을 일컫는다.
생사가 엇갈리는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해병대 4성 장군(대장) 출신인 세 사람은 트럼프의 '무한 신뢰'를 토대로 빠르게 영향력과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안보 정책 분야의 3대 사령탑 가운데 현역 육군 중장인 허버트 맥매스터가 차지한 백악관 안보보좌관(NSC) 직위를 빼놓고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두 자리가 해병대 퇴역 장성 몫이다.
특히 켈리가 백악관 참모진에 대해 강력한 '군기 잡기'를 천명, 맥매스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전문인 국방 안보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적으로도 세 사람은 튼튼한 입지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매티스와 켈리는 대통령 선거와 이후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트럼프 진영에 국방장관 후보자로 서로 천거했다. 던퍼드는 2010년 아프간에서 해병대 대위로 근무하던 켈리의 막내 아들이 전사했을 때 켈리의 집을 직접 방문해 위로할 정도로 끈끈한 사이다. 상관과 휘하 지휘관으로 생사고락을 같이한 전우이기도 하다.
'오바마 유산'인 던퍼드 합참의장을 포함해 해병 3인방이 트럼프에게 중용된 이유는 간단하다. 절대복종과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강조하는 해병대 문화가 역시 '절대 충성'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입맛에 딱 맞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외교 안보 분야 특히 안보 분야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트럼프에게는 훌륭한 가정교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는 풀이다.
실제로 3인방의 행보는 불법 이민자 적발과 추방이 나쁜 놈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는 트럼프의 발언 뒤집기에서부터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도중 하차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후임 인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포착됐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의 맏사위이자 실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 대외정책 경험이 일천한 소수 측근 중심으로 국가안보 문제가 결정된다는 공화당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의회 일각과 언론에서는 3인방의 중용에 대해 "행정부의 병영화",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 파괴", "외교·안보 정책의 강성화 우려" 등 비난 수위를 높였지만, 트럼프는 이를 밀어붙였다.
3인방의 개인적인 이력도 이채롭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해병대에 사병으로 자원입대한 후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을 거친 매티스는 2003년 이라크 침공전 당시 해병대 제1사단장으로 수도 바그다드 전투 과정에서 진격 속도가 늦다는 이유로 휘하 연대전투단장(대령)을 전격 해임하는 등의 거침없는 행동으로 '미친개'(Mad Dog)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화끈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매티스는 그러나 '손자병법'과 '전쟁론' 같은 병서는 물론이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폭넓은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독신인 그는 또 "수도승 전사"(Monk Warrior)라는 다른 별명도 갖고 있다.
매티스는 테러범 불법 구금과 고문 등의 시비로 논란이 된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감옥' 재개를 허용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백지화해 NSC 참모진으로부터 호평을 샀다.
간부후보생으로 1977년 임관한 던퍼드 의장도 풍부한 야전 경험을 쌓았다. 매티스가 사단장 시절인 2003년 그는 5연대장으로 용맹을 떨쳐 조'(Fighting Joe)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장군으로 진급한 뒤 해병대사령부 작전기획국장, 합동참모본부 작전 부국장, 제1 해병원정군 사령관, 중부사령부 해병구성군 사령관, 아프간 주둔군 총사령관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5년 10월 합참의장에 취임한 그는 재지명됐다.
켈리 실장의 이력도 만만찮다. 1976년 해병 간부후보생으로 임관한 그는 이라크 침공 당시 해병대 1사단 소속으로 현지에서 준장으로 진급할 만큼 리더십과 능력을 발휘했다. 이후 해병대 사령관 보좌관, 제1 해병대 원정군 사령관, 남부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켈리는 특히 2010년 미군 고위 장성으로는 유일하게 아들이 아프간에서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해병 3인방의 부상에 우려도 만만찮지만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대세다.
토머스 앨런 슈워츠 밴더빌트대학 교수는 군 고위 출신을 등용했다고 해서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외교보다 무력 사용을 선호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일선 전투 지휘 경험이 풍부한 이들 고위장성 출신을 국방ㆍ안보 분야 책임자로 임명한 결과 트럼프가 국방부의 작전 방식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중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견해다.
슈워츠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권에서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의 사례를 들면서 파월이 대외정책 라인 중에서 가장 신중한 인사였다고 평가했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로렌 슐먼 선임 연구관도 "위협 평가나 해외 분쟁 시 어떤 군사작전이 필요하고 어떻게 대외정책을 다루는지에 관한 한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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