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법원, 재정적자 진실 밝힌 전 통계청장에 유죄 판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그리스 법원이 자국의 채무위기 당시 재정적자 상황을 '허락 없이' 유럽연합(EU)에 보고해 직무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31일 안드레아스 게오르규 전 통계청(Elstat) 청장에 집행유예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10~2015년간 그리스 통계청장을 지낸 게오르규 전 청장은 지난 2010년 그리스 정부 재정적자 상황을 부풀려 EU에 보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추가 구제금융과 이에 따른 긴축정책을 초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게오르규 전 청장 자신은 이러한 주장을 강력 부인하고 있는 데다 EU를 비롯한 국제 관련 기구도 게오르규 전 청장이 EU 회계 규정에 따라 사실대로 자국 정부의 적자 규모를 보고했다고 옹호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EU 측은 게오르규 전 청장이 실제 재정적자 규모를 은폐해온 이전의 관행들과 달리 그리스의 적자 규모를 정확하게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그리스 내에서도 이날 판결에 대해 정치권과 사법당국이 자신들의 실정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게오르규 전 청장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정치적 처벌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채무위기가 발생한 2009년까지 집권했던 현 우파 야당 신민주주의당은 지도자인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위기의 책임을 게오르규 전 청장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게오르규 전 청장은 앞서 지난해 같은 혐의에 대한 또 다른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이 확대하고 있다.
그리스 집권 좌파정당인 시리자와 야당인 신민주주의당 지도부는 지난 수년간 줄곧 채무위기에 대한 게오르규 전 청장의 책임론을 시사해왔으며 사법당국의 일부 간부들도 이에 동조해 수차례 기각 판결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그에 대한 문책을 주장해왔다.
이날 항소심 판결도 지난해 무죄 판결 이후 그리스 검찰이 이의를 제기해 재개된 것이다.
항소심은 이날 게오르규 전 청장이 EU에 2009년 이전 재정 상황을 보고하기 전 Elstat 이사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궁색한 이유를 댔으나 EU 회계 규정에는 이사회 사전 논의 조항이 없다.
또 당시 일부 Elstat 비상임이사들은 Elstat 자체 평가와 EU의 검증을 거친 자료들을 무시한 채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EU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었다.
정치적 처벌 논란 속에 법원 판결이 번복되면서 그리스 대법원은 향후 수개월 내로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앞서 그를 방면한 판결과 일치하지 않는 데 주목하면서 EU는 게오르규 전 청장 재임 시 발간된 재정 자료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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