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때 미국 입양된 이미현 '평창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입력 2017-08-02 06:56
1살 때 미국 입양된 이미현 '평창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프리스타일 국가대표, 1월 이탈리아 월드컵 7위…올림픽 메달 기대

2015년 국적 회복 '롯데 자이언츠 너무 좋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쉬는 시간에 뭐하냐고요? 요즘은 야구장 자주 가요. 롯데 자이언츠 팬이 됐어요."

스키 국가대표 이미현(23)은 199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지만 한 살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미국 가정에 입양된 사연으로 잘 알려진 선수다.

미국인 양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한 이미현은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살다가 2015년에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지난해부터 국가대표로 발탁돼 태극마크를 단 그의 주 종목은 스키를 타고 눈 위에서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는 프리스타일 슬로프스타일이다.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대한스키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미현은 협회 인근에 숙소가 있다.

운동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물어보니 "밥 먹고, 운동하고, 잠자고, 친구들 만나 이야기도 하고"라며 평범한 일상을 얘기하다가 곧 두 눈을 반짝이며 "친구 소개로 롯데 팬이 돼서 야구장을 자주 간다"고 답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미국에서는 여러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야구장에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2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운동하기 위해 수영장 청소, 패스트푸드 식당 일 등을 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한국 야구 문화에도 익숙해졌고 또 미국인 코치인 피터 올리닉을 제외하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한국 이름인 '미현'으로 부른다고 할 정도로 한국 생활에는 적응을 마친 셈이다.

그는 올해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7위에 올랐다.

이 종목에서 7위는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경우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현은 "한국 국가대표로, 또 나 개인으로도 올림픽은 좋은 기회"라며 "협회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는데 그에 걸맞은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도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메달 가능성을 묻자 "경기에 나가는 선수라면 누구나 금메달이 목표"라고 답하며 "누가 더 간절하게 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평창에서 열린 FIS 프리스타일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갑자기 발뒤꿈치를 다쳐 불참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이미현은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더 뛰어나고 큰 기술을 연마하고 있지만 상세히 공개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더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굿 찬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주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긴장감을 이겨내고 침착성을 유지하는 것이 숙제"라며 "조금 기분이 들뜨면 제어하지 못하고 흥분하는 것이 고쳐야 할 점"이라고 자평했다.

반대로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는 "뒤로 출발하는 스킹 스위치와 레일 위에서 동작하는 지빙에는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6월에 미국 콜로라도주로 약 한 달간 전지훈련을 다녀온 이미현은 이번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협회 직원은 "원래 9월 중순까지가 전지훈련 기간인데 이미현 선수는 자비를 들여 9월 말까지 뉴질랜드에 남아 계속 훈련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이미현에게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를 묻자 "훈련을 더 하기 위해서"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한 살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온 그가 2015년에서야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것은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올림픽이 끝나면 어떤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미현은 "한국에서 더 지내고 싶다. 부모님도 찾게 된다면 더 좋겠고…"라고 답했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