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다시 배워보자"…한나 아렌트 학교 개강

입력 2017-08-01 14:43
"악의 평범성 다시 배워보자"…한나 아렌트 학교 개강

아렌트학회·한길사 공동 기획…"한국 사회 이해하는 통찰력 줄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람들은 모두 성격적 결함이 있는 것일까. 인간이 보이는 악랄한 행동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독일 출신의 유대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는 1960년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그가 조직 논리에 순응해 악행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고 '악의 평범성'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악의 평범성'은 지난해 국정 농단과 블랙리스트 사건,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학계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한국아렌트학회와 한길사는 31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매주 목요일 서울 중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강좌 프로그램인 '한나 아렌트 학교'를 운영한다.

아렌트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욱 숭실대 교수는 1일 순화동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금이 아렌트가 언급한 전체주의 시대는 아니지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전체주의적 요소가 도처에서 목격된다"며 "이번 강좌가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이 많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통찰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아렌트의 사상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참가자가 아렌트의 글을 함께 읽고 고민하도록 독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혁 상명대 교수는 "1990년대 유럽에서는 폭력적이고 무능한 정권에 맞서 시민 권력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아렌트의 사상이 큰 관심을 받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정농단 세력을 평화로운 시민의 힘으로 몰아내면서 아렌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나 아렌트의 저작은 20세기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진단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 아렌트 학교는 아렌트 사상의 핵심적인 개념을 익히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강의로 구성된다. 강사로는 홍원표 한국외대 교수, 신충식 경희대 교수, 김비환 성균관대 교수, 이진우 포스텍 교수 등이 나선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나 아렌트는 촛불의 당위성을 알려준 학자지만 사상을 이해하기 녹록지 않다"며 "이번 강좌를 시작으로 수준 높은 학술 교양 강좌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좌는 모두 22차례 개최된다. 수강료는 한 강의만 신청하면 2만원, 전체를 들을 경우 38만원이다. 한길사는 강의 내용을 묶어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문의는 ☎ 031-955-2009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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