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막장 드라마' 주인공 스카라무치, 역대 두번째로 '단명'
열흘만에 해임…WP "'트럼프의 입' 평균 임기는 44일, 샌더스·힉스만 건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취임일부터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온갖 구설을 일으킨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 미국 정치사상 두 번째로 단명한 '대통령의 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스카라무치 전 국장의 정확한 재임 기간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부터 31일까지로 총 11일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여름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은 (스카라무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는 짧은 기간"이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스카라무치의 재임 기간이 역대 백악관 공보국장 가운데 가장 짧은지를 놓고서는 미 언론들의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비교 대상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7년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발탁했던 존 쾰러(2012년 사망)다. 독일 태생으로 AP통신 기자로 활약했던 쾰러는 10살 때 '히틀러 소년단'에 가담한 전력이 폭로돼 조기 사임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쾰러가 1987년 3월1일부터 3월13일까지 백악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기록한다. 인터넷매체 '헤비닷컴' 등 몇몇 매체도 쾰러의 재임 기간을 이와 같이 보도했다. 이 설명이 맞다면 스카라무치가 역대 최단명 공보국장이 된다.
그러나 WP는 쾰러가 1987년 3월1일 취임해 3월7일 하워드 베이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임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그의 재임 기간은 일주일이 안 된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스카라무치는 두 번째로 짧게 백악관에서 일한 공보국장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스카라무치가 짧은 기간에 누구보다도 더 큰 화제를 몰고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USA투데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언론의 헤드라인을 지배했다"고 평가하면서 스카라무치의 '4대 명장면'을 꼽기도 했다.
스카라무치가 임명되면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물러난 일, 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해 '공보팀 전원'을 해고하겠다고 선포한 일, 방송 인터뷰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과 자신의 관계를 '카인과 아벨'에 비유한 일, '더 뉴요커'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등에게 '망할 조현병 환자'라며 욕설을 퍼부은 일이 여기에 포함됐다.
WP도 11일 동안 스카라무치가 남긴 족적을 상세히 조명했다. 불과 2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아들을 출산한 아내에게 "축하한다. 우리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는 문자메시지 하나만 달랑 보낸 일이나 여자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는 보도도 화제에 올랐다.
특히 하버드대 로스쿨이 이번 주 배포한 동창생 명부에서 1989년 졸업생인 스카라무치의 이름 옆에 사망자를 의미하는 별표를 붙인 것은 조기 해임과 맞물려 또 하나의 굴욕을 선사했다.
한편, 스카라무치의 '11일 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대언론 업무를 한다는 게 얼마나 '극한 직업'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백악관의 공보국장 역할을 맡은 4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겨우 44일로 집계됐다.
당선인 시절인 작년 12월22일 초대 공보국장으로 발탁한 제이슨 밀러는 이틀 뒤 사의를 밝혔고, 취임 이후인 올해 2월17일 임명된 마이클 더브키는 3달 뒤 물러났다.
공보국장 공백 기간에 대행 역할을 맡았던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스카라무치 임명과 동시에 사퇴했다.
반면 수석부대변인에서 대변인으로 승진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와 호프 힉스 전략홍보국장은 선거캠프 때부터 백악관 입성 후에도 각각 17개월, 2년 동안 공보라인의 핵심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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