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원 비난하더니…카타르-UAE '탈레반 유치경쟁' 탄로

입력 2017-08-01 11:29
테러지원 비난하더니…카타르-UAE '탈레반 유치경쟁' 탄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아프가니스탄 반군조직이자 테러단체인 탈레반의 대사관 격인 정치사무소를 유치하기 위해 카타르와 몇 년 전 열띤 경쟁을 펼친 사실이 탄로 났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로써 카타르에 단교까지 선언해 가며 테러 집단을 지원한다고 지적한 UAE의 비난이 무색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익명의 해커들이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 대사의 핫메일 계정을 해킹해 NYT를 포함한 언론 매체에 제공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NYT는 이 밖에 다른 UAE 외교관이 작성한 이메일도 입수했다.

신문에 따르면 2011년 9월 12일 UAE 외교관 모하메드 마흐무드 알 카자는 탈레반 정치사무소 개설 위치에 관해 미국의 의견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제프리 펠트먼 당시 미 국무부 중동 담당 차관에게 "런던 타임스에 보면 미국이 탈레반 정치사무소를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개설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언급이 있다"며 "HH는 당신들이 (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가 유엔 아프간 특사로부터 입수한 정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HH'는 알 카자의 상관인 압둘라 빈자예드 UAE 외무장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월 28일 송고된 또다른 이메일에서는 오타이바 대사가 다른 미 정부 관계자에게 빈자예드 외무장관의 불만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빈자예드 외무장관을 'ABZ'로 표현했다.

오타이바 대사는 "우리가 사전에 알지 못한데 ABZ가 화를 내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들(카타르)은 모든 일의 중심에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의 정치사무소는 2013년 결국 도하에 문을 열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미 UAE 대사관과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전직 미 정부 관계자들은 UAE가 탈레반 정치사무소를 유치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이들은 UAE와 카타르가 모두 국제 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를 원했으며, 양측 모두 상대국이 아프간 평화회담과 같은 행사를 주관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UAE는 지난 6월 카타르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지원 혐의를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집트와 함께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와 UAE는 모두 미국의 군사 우방으로 명목상 동맹을 표방하지만, 수년째 라이벌 관계를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서로 '사이버 스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