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에 우량고객 뺏길라…은행들, 고객 방어전 본격 개시

입력 2017-08-02 06:35
'카뱅'에 우량고객 뺏길라…은행들, 고객 방어전 본격 개시

KB국민은행, 우량고객 카카오뱅크 계좌 열자 우대금리 문자

우리은행 해외 송금수수료 카뱅 수준으로 낮춰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KB국민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계좌를 만들고 국민은행에서 100만원을 카카오뱅크로 송금했다.

그러자 잠시 후 국민은행에서 '쉿! KB★가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본 메세지를 받으신 이○○고객님께만 드리는 혜택 둘'이라며 적금 금리를 0.5%포인트 더 주고, 적금 상품에 새로 가입하면 추첨을 통해 100만 포인트 등 경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씨가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을 알자 국민은행에서 고객을 잡기 위해 금리우대 혜택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 중 우량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5일 만에 1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자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집토끼'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우량고객들이 카카오뱅크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대출 상품들을 내놨다.

지난달 27일에는 소득증명서 없이도 300만 원까지 바로 빌릴 수 있는 'KB 리브 간편대출'을 출시했고 지난 1일에는 5천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KB 주거래고객 우대대출'도 내놨다.

국민은행의 고객등급은 프리미엄스타-골드스타-로얄스타-MVP스타 순으로 높아지는데 두 상품 모두 골드스타 이상만 신청할 수 있으며, KB국민은행 거래 실적으로 대출 승인 여부와 한도를 결정한다.

KEB하나은행도 최대 1억5천만 원까지 돈을 빌려주는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대출 대상은 공무원과 교사, 하나은행이 지정한 기업의 임직원으로 모두 은행권에서는 우량 고객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해외 송금수수료도 은행들이 앞다퉈 내리고 있다.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낼 정도의 고객이면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인데,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 대비 10% 수준의 값싼 해외 송금 서비스로 인해 이 고객들을 대거 빼앗길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올해 말까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해외 송금을 하면 500달러 이하는 2천500원, 500달러 초과 3천 달러 이하면 5천 원으로 송금할 수 있는 해외 송금수수료 우대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 이벤트를 이용하면 500달러 이하의 소액 송금은 카카오뱅크보다 수수료가 적게 들고 3천 달러까지는 카카오뱅크와 같다.

하나은행도 수취인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간단히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송금수수료는 500달러까지는 5천 원, 500달러 초과액은 7천 원이다.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모바일 채널 통합 플랫폼 구축을 담당하는 디지털 채널본부를 만들고 현재 'S뱅크'와 '써니뱅크'로 양분 돼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이 하나의 앱으로 간편하게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한 앱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응에 나서면서 혜택을 보는 고객들도 반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왜 이제까지 안 해 왔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에도 얼마든지 편리하고 싸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다가 인터넷 은행이 등장하자 이제와서 비슷한 상품들을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대출이나 해외 송금 수수료 인하 등은 그동안에도 은행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경쟁을 하지 않다 보니 안 했던 분야"라며 "인터넷 은행이 은행 업계의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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