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꿇은 애플…"이용자권익에 위험한 선례"

입력 2017-08-01 11:03
수정 2017-08-01 11:11
중국에 꿇은 애플…"이용자권익에 위험한 선례"

만리방화벽 자율삭제 탓 권위주의 국가들 탄력받을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연방수사국(FBI) 앞에서는 자유와 사생활 보호의 화신처럼 굴더니 돈 벌어주는 중국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

애플이 중국 내 '만리방화벽'을 회피하는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삭제한 뒤 우려와 비판이 쏟아진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인권단체 '일렉트로닉프런티어재단'(EFF)의 에바 갤퍼린은 "애플의 반응이 엄청나게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애플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사용자 권익을 사실상 방기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세계를 선도하는 IT기업이 중국의 인터넷 검열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갤퍼린은 "애플이 막후에서 큰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외부에 보이는 것, 그게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의 애플 사용자뿐만 아니라 다른 권위주의 정권이 있는 국가에서 중국의 애플 길들이기 방식을 모방, 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가상사설망(VPN)을 규제하는 법률을 최근 제정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조치를 늘리라고 촉구해왔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 초 중국 앱스토어에서 뉴욕타임스(NYT) 앱을, 러시아 앱스토어에서 비즈니스 인맥관리사이트 링크트인 앱을 삭제했다.

NYT는 1년 전 FBI가 테러 수사를 위해 애플에 테러범의 아이폰을 열어달라고 요구한 상황을 이번 상황과 비교하며 이중행태를 지적했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이용자의 사생활과 보안을 지키기 위한 재정적, 도덕적 책무가 있다며 수사기관의 요구를 끝까지 거절했다.

결국 FBI는 누가 옳은지 따지는 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 소송을 취하했고, 애플은 이용자의 자유와 사생활의 보루라는 공적인 명성을 얻었다.

애플과 중국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애플이 중국 내 이용자들이 VPN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앱스토어에서 최근 삭제한 게 발단이었다.

VPN은 중국 당국이 정보통제를 위해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는 이른바 '만리방화벽'을 우회하는 데 이용된다.

애플은 "중국의 새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몇몇 VPN 앱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곳들을 포함해 중국 앱 시장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여 추가 논란을 불렀다.



NYT는 중국 정부와 시장의 압박 앞에 애플로서는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는 실정도 설명했다.

이 신문은 "애플이 중국 정부와 맞서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순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광범위하게 투자한 세계 최고가 기업이지만 해외기업으로서 중국 국내법을 따라야만 한다고 원칙적 입장을 덧붙였다.

애플의 전체 매출 가운데 25%는 중국에서 나오고 애플의 핵심성장 지역도 중국이라는 분석이 많은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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