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유인원 vs 퇴화하는 인간…영화 '혹성탈출'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인간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유인원을 임상시험에 이용하지만, 실험의 실패로 유인원들은 지능을 갖게 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한다.
진화한 유인원들은 리더 시저를 중심으로 숲 속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남은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복수심을 품은 유인원 코바의 반란으로 인간과 유인원은 생존을 건 전쟁을 벌이게 된다.
2011년 첫 편을 선보인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는 인간의 임상시험으로 탄생한 유인원들이 인간을 역습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 만능주의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한 영화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진화의 시작'(2011)과 '반격의 서막'(2014)에 이어 나온 이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전편에서 시작된 전쟁으로부터 2년 뒤를 그린다.
날이 갈수록 유인원들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고 말하는 능력도 습득하게 된다. 반면,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들은 변종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점차 지능을 잃고 말하는 능력도 잃어간다.
인간의 공격을 받던 유인원의 리더 시저는 인간과의 공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화해의 신호를 보내지만, 인간군 대령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가족과 동료를 잃게 된다. 가족의 죽음으로 분노와 복수심에 휩싸인 시저는 대령과 결전을 벌이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적인' 유인원의 모습과 '야만적인' 인간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는 점이 흥미롭다.
진화한 유인원은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언어 능력도 습득하면서 인간 같은 존재로 점차 변해간다. 지성뿐 아니라 감성적인 면에서도 유인원들은 '인간적'이다. 자신들을 공격한 인간에게 평화를 제안하고, 말하는 능력을 잃은 인간 소녀 노바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
반대로 퇴화하는 인간들은 야만적인 존재로 점점 변해간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자비한 살육을 서슴지 않는 대령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야만성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유인원들의 눈에 비친 이런 인간의 모습은 '자비를 모르는 존재'일 뿐이다. 결국, 인류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가는 것은 유인원이 아니라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 자신이다.
전편이 인간 사회와 유인원 사회의 대립을 다루면서도 인간 사회와 유인원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대립에 좀 더 주목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각각의 캐릭터, 특히 유인원의 리더 시저가 겪는 내면의 갈등이 중점적으로 묘사된다.
인간과의 공존을 믿었던 시저는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분노에 불타올라 복수에 나서고 대령과 대립하는 과정에서도 자비심과 동물적인 분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1, 2편에 이어 시저 역을 맡은 앤디 서키스는 섬세한 연기로 시저 내면의 고뇌를 보여준다. 그의 감정 연기가 유인원의 섬세한 눈빛과 표정 변화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한층 진화한 컴퓨터그래픽 기술 덕분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유인원들은 특수복장을 입은 배우들의 연기를 모션 캡처 기술로 포착해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구현된다.
'혹성탈출' 3부작을 함께 한 특수효과 디자인 기업 웨타 디지털은 전편에서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 퍼포먼스 캡처 촬영을 시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대규모 설원에서의 촬영에 도전했다.
유인원들이 움직일 때의 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부터, 빛에 따른 변화, 눈이 털에 붙었을 때의 모습 등을 정교하게 계획하고 디자인해 CG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8월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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