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들 "필리핀, 어린이까지 즉결처형"

입력 2017-07-31 22:34
유엔 특별보고관들 "필리핀, 어린이까지 즉결처형"

"폭력 수위 점점 높아지고 있어" 우려 표명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필리핀에서 어린이까지도 즉결처형을 하는 반인권적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고 유엔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들이 31일(현지시간) 비판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유엔 즉결처형 특별보고관과 미셸 프로스트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모 드 보어 부키치오 유엔 아동 인신매매 및 성매매 특별보고관 등 3명은 이날 성명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필리핀 정부가 급증하는 인권 침해 행위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작년 6월 출범한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즉결처형 등 반인권적인 수단을 동원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별보고관들은 성명에서 "필리핀 정부는 살인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위협은 물론 어린이까지 즉결처형이 이뤄지는 반인권적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며 "점점 높아지는 폭력 수위는 매우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필리핀 정부가 즉결처형 명분으로 내세운 마약과의 전쟁은 성명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관들은 이어 "모든 반인권적 행위는 철저하게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인권 유린 비판을 일축하듯 이달 24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마약과의 싸움은 무자비하게 계속될 것"이라며 "정글에는 무고한 사람을 먹이로 삼는 야수(마약사범)들이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8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경찰과 연결된 자경단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실상 자경단의 범죄에 눈 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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