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재무 '브렉시트 후 영국 조세회피처 되지 않을 것'
르몽드 인터뷰…"현재 법인세수 비율은 적정…바꾸기를 원하지 않는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자국 기업들을 유지하고 EU 회원국들의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먼드 장관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세수 비율에서 영국은 유럽 국가들의 중간 정도인 적정 수준에 있다면서 "이를 바꾸기를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EU를 떠난 뒤에도 그렇다"고 밝혔다.
해먼드는 "영국이 규제와 세금에서 불공정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하지만 그런 얘기는 우리 계획도 아니고 우리 미래 비전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유럽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모델을 지닌 국가로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지난 1월 독일 일간 빌트 암 존탁과 인터뷰에서 EU를 떠난 영국이 유럽의 조세회피처가 될 수 있다는 말에 EU와 좋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가 해야만 하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만일 EU 시장 접근을 얻지 못한다면, EU 시장과 단절된다면, 협상 타결 없이 EU를 떠난다면, 적어도 단기적으론 상당한 경제적 해를 입을 수도 있다"면서 "그 경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모델을 바꿔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현재 19%인 법인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해 오는 2020년까지 17%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영국이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법인세 인하에 나설 경우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높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가세하면서 브렉시트발(發) 세금전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지난 6월 조기총선 유세에서 "모든 산업에서 '노 딜(no deal)'은 경제적 재앙으로 드러날 것이다. 메이의 접근은 영국 전역에 걸쳐 일자리가 무너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노 딜을 거부하면서 보수당 정부는 합의 없이 EU를 떠나면 영국을 "저임금, 역외 조세회피처"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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