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학부모 대상 휴가철 '잠복 결핵' 설명회…원성 빗발
김해 '교사 결핵' 이은 초교생 23명 잠복결핵 판정 후 '뒷북' 행정 불만
질병관리본부 잠복결핵 감염자 관리 미흡…교사 3명 잠복결핵 추가공개 논란도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잠복결핵 감염 학생에 대한 치료 권고는 도대체 약을 먹으라는 것이냐 아니냐,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결핵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학교 학생 23명이 잠복 결핵에 걸린 것이 뒤늦게 확인된 경남 김해시 한 초등학교에서 31일 열린 보건당국의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잠복결핵 감염자 검진과 치료를 중심으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덴 역부족이었다.
한 학부모는 "잠복결핵 감염으로 판정 난 아이들이 항결핵제를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결핵에 걸릴 확률이 10%가 되고 약으로 인한 간 수치 상승 등 부작용이 있다"며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걱정했다.
다른 학부모는 "결핵검사를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흉부 X-선 검사를 일괄적으로 하고 이후 피부반응검사 등을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며 "이래저래 불안한 학부모들은 따로 비용을 들여 일반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따로 받았다"며 따졌다.
학부모들은 질병관리본부 측이 잠복결핵 감염 학생들이 확인됐는데도 방학에다 휴가철에야 뒤늦게 설명회를 연 점도 따졌다.
또다른 학부모는 "지금 휴가지에서 설명회에 참석하려고 일부러 왔다"며 "보건당국과 학교 측 대응이 너무 늦다"고 꼬집었다.
또 김해시보건소 측의 잠복결핵 감염자에 대한 관리와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질병관리본부 김은나 결핵조사과 역학조사관은 "일단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 안에 있지만, 증상도 없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며 "잠복결핵 감염검사에서만 양성으로 나타나는 건강한 상태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김 조사관은 "잠복결핵 상태에서 결핵 치료제 중 1∼2가지 약제를 3∼9개월간 복용하면서 치료하면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을 90% 예방할 수 있다"며 "치료 권고는 약 복용을 모두에게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잠복결핵감염 관리 등에 대한 설명회가 뒤늦게 열린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날 설명회에서 교사 3명이 추가로 잠복결핵감염자로 판정된 점도 공개, 학부모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보건당국과 학교 측이 이 점도 쉬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교장은 "학교에서도 몰랐고 질병관리본부가 밀착 접촉자 중 정밀 검사를 한 결과, 교사 3명이 추가로 잠복 결핵 판정을 받은 것을 지금 알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학생들이 방학을 마친 후 개학하는 오는 9월 4일 결핵 추가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보건소와 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A 교사는 지난달 1일 부산의 한 병원으로부터 결핵 의심 소견을 받은 데 이어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보건당국은 A 교사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3·5·6학년 학생과 교직원 일부를 포함한 483명에 대해 지난달 13일 흉부 X-선 검사를 했지만 결핵 이상 소견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투베르쿨린 검사(TST)에서 학생 23명이 잠복 결핵 판정을 받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잠복 결핵은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는 않지만, 나중에 결핵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계적으로 잠복 결핵 감염자 중 5∼10%에서 추후 결핵이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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