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말 세탁은 최순실 제안…崔 배경 때문에 끌려다녀"

입력 2017-07-31 18:01
삼성 "말 세탁은 최순실 제안…崔 배경 때문에 끌려다녀"

이재용 재판서 황성수 前전무 주장…'적극적 뇌물' 아닌 '강요·요구' 부각

정유라 증언과 달라…"'崔, 대통령과 가깝다' 들어…회사 염려해 요구 수용"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 과정에서 벌어진 '말 세탁'은 최씨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에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최씨의 강요·요구대로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가를 기대하고 먼저 적극적인 의사로 뇌물을 제공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전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자신 등의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 과정에 깊이 개입한 인물이다.

특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전무는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이후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던 박상진 사장의 지시로 7월 31일 독일로 출국해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

황 전 전무는 당시 박 사장에게서 "박원오 뒤에 최순실이라는 실세가 있으니 박원오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안 할 수는 없다. 가서 자세히 설명을 듣고 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영수 특검팀이 "그때 박상진에게서 최순실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대통령과 굉장히 가깝다, 조심해야 할 인물이다' 정도로 기억난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황 전 전무에게 2015년 12월 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승마협회 박원오 전 전무와 김종찬 당시 전무를 함께 만나 언론 취재를 막기 위해 '살시도 말을 재판매한다'는 등의 대응 방안을 세웠는지 물었다. '살시도'는 삼성이 최초로 정씨에게 지원한 말이다.

이에 황 전 전무는 "그 내용은 박원오 전 전무가 제안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시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살시도'의 말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꾼 경위도 "최순실씨가 먼저 바꾸겠다고 말했고, 바꿔도 되겠냐고 해서 바꾸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앞서 증인으로 나온 정유라씨의 증언과 상반된다.

정씨는 앞선 재판에서 "엄마가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고 말했다. 세계승마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살시도 소유자가 삼성으로 기재된 것을 보고 삼성이 말 이름을 바꾸라고 했다는 게 정씨 증언이었다.



황 전 전무는 지난해 9월 말 정씨가 타던 '비타나 V'와 '라우싱'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바꾼 것도 삼성 측은 반대했지만, 최씨가 삼성 몰래 말을 교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최씨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라고 이의 제기했는데 최씨는 저를 완전히 무시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애초 훈련 지원도 마장마술과 장애물 두 종목에서 선수 3명씩 6명을 선발해 진행하기로 했지만 최씨의 개입 때문에 변질했다고 주장했다.

황 전 전무는 특검팀이 "왜 최씨가 이렇게 하도록 내버려뒀느냐"고 묻자 "결국 최씨의 배경 때문에 끌려다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 인사 배경 뒤에 최서원이란 사람이 있다고 나름 파악했고, 그래서 최씨가 요구하는 사항을 거스르면 그보다 더한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농단 의혹 이후 정씨를 우회 지원하기 위해 일명 '함부르크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특검 추궁에도 반박했다.

그는 "함부르크 프로젝트는 올림픽에 대비한 승마 훈련 프로젝트"라며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려던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와 엮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가 올림픽에 나가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신 것이라서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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