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경청장 첫 현장 행보 바라보는 착잡한 시선들
세월호 현장·진도 VTS 방문…동일 지역 내 해경 관서는 '패스'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지난 27일 취임한 박경민(54) 신임 해양경찰청장은 첫 현장 행보로 31일 전남 목포신항 내 세월호 수습 현장을 택했다.
박 청장은 이날 오전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 위로한 뒤 오후에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방문해 현장 근무자들과 면담하고 관제상황을 점검했다.
취임 당시부터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경의 책임을 통감하고 가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던 박 청장이 이 곳을 가장 먼저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새 의지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목포신항에서 해경과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 가족들을 만난 뒤 진도로 이동, 오후 2시부터 1시간 넘게 팽목항 임시 분향소를 참배하고 진도 VTS, 해경 파출소를 돌아봤다.
이날 일정에는 김병로 해경청 구조안전국장(경무관)과 고명석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치안감), 실무진 5명이 동행했다.
그러나 박 청장은 목포까지 와 지방 해경 고위간부들을 대동했으면서도 목포신항 인근의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나 목포해양경찰서 등 관서는 따로 찾지 않았다.
경찰(육경) 출신인 박 청장이 목포까지 와서 해경관서를 방문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내부에서는 착잡함과 함께 서운함과 아쉬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된 상황에서 육경 출신인 박 청장의 첫 현장 행보에 정작 해경은 소외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부 실무자는 전국에서 운항 중인 연안여객선의 60% 이상이 목포에서 출항하는 만큼 휴가철을 맞아 관할 지방청이나 해경서를 찾아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관리를 꼼꼼하게 챙겼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3년 만에 부활한 해경 조직을 재정비하는 책임이 막중한 박 청장이 지방 해경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구성원들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월호 현장도 조용하게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았다. 전날 보도자료를 내는 등 언론에 알리고 본청과 서해청, 목포해경 간부들까지 대동한 요란한 방문에 유가족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이를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해경은 이에 대해 "세월호 현장과 주요 관제 지역, 해수욕장 등 현장을 최우선으로 방문하고 있다"며 "지방 관서는 신임 지방청장, 서장 인사가 나면 8월 중에 바로 순시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7일 해경청장 취임을 앞두고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취재진에게 "해경 출신 수장이 나왔으면 했다는 내부 의견을 이미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뤄진 첫 현장 방문에서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는 해경 내부의 시선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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