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폴란드 분쟁은 유럽통합 걸린 건곤일척"

입력 2017-07-31 17:24
"EU-폴란드 분쟁은 유럽통합 걸린 건곤일척"

폴란드 행보-통합 프로젝트 정면배치…EU확장에 걸림돌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폴란드의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폴란드와 유럽연합(EU)의 다툼이 유럽통합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논쟁이 정책 자체에 대한 찬반 차원을 넘어 유럽통합이라는 프로젝트의 본질 자체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EU가 모든 회원국의 법에 우선한다면서, 회원국이 각 시민에게 부여하는 권리는 모든 회원국 법정을 통해 회원국에 적용되는 EU 법률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의미 때문에 EU로서는 회원국 판사들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내정간섭이라기보다는 정당한 문제제기로 통한다.

EU 집행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판사 임명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 폴란드 정부의 사법 개혁안이 법원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의 정점에 있으며, EU가 추구하고 강제하는 민주주의 가치와 법치를 구조적으로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처음으로 폴란드에 '레드라인'(금도)을 제시하고는 이를 넘을 경우 EU 투표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집행위는 폴란드가 대법원 판사를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즉각 절차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폴란드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당수는 사법부가 오랜 기간 공산주의 시대 기득권층의 수호자로 남아있으면서, 지위와 특권을 누려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와 지난 2010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그의 형,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은 법과 정의당을 설립하면서 '공산주의자를 몰아낸 제4공화국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법과정의당은 사법부가 공산당 시대부터 개혁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법부가 현재 '셀프 임명권'을 지니고 있어 국민 대다수의 공정한 재판 접근을 제한하는 반면 일부 연줄이 있는 이들을 관대하게 처분하는 이중적 사법체계를 운용하는 죄를 짓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치인이 고위 법관을 임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법과정의당 출신인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은 사법개혁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사실 당론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

그런 입장을 담은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개혁안 거부를 EU 집행위의 승리로 여겨서는 안 되며, EU 집행위가 내정에 개입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EU법이 폴란드법에 이미 충분히 통합돼 있고 EU법에 관해 폴란드 법정과 유럽 재판소의 견해가 다른 만큼, EU 집행위의 우려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두다 대통령은 정부 안이 법무부 장관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는 국내 정치적 문제를 우려해 법과정의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폴란드와 EU의 다툼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폴란드의 사법이 어떻게 개혁될지보다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유지될지에 맞춰져 있다.

결과에 따라 EU가 심판을 받고 유럽통합 프로젝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서부 발칸 국가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으나 북유럽, 서유럽 국가들은 이를 우려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새로 가입할 국가들에서 법치가 제대로 지켜질지가 우려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EU가 폴란드에서조차 법치를 지키는데 무력하다는 인식만큼 우크라이나, 발칸 국가들의 가입을 반대하는 데 힘을 보탤 강력한 동기는 없는 형국이 돼버렸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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