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은 하나뿐'…KTX 멈추면 맥 못 추는 공항철도

입력 2017-07-31 15:50
수정 2017-07-31 16:02
'철길은 하나뿐'…KTX 멈추면 맥 못 추는 공항철도

열차 안전 점검 강화해야…공항철도-KTX 비상상황 공유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하나의 선로를 쓰는 공항철도와 KTX 중 한쪽이 사고로 멈추면 다른 쪽 열차도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KTX 열차 사고가 나면 공항철도 열차 운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전동차 안전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분께 부산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역으로 가던 KTX 열차가 고장 나 서울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 사이 선로에서 갑자기 멈췄다.

이 사고로 서울역∼인천공항역 하행선 구간의 공항철도 운행도 1시간 넘게 지연돼 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KTX 열차 고장으로 공항철도 열차 운행까지 지연·중단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항철도와 KTX는 2014년 6월부터 서울역∼인천공항역 구간의 상·하행 각 1개 선로를 함께 쓰고 있다. 이 구간에서는 KTX 열차가 하루 왕복 22회 운행한다.

국토부는 KTX를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연장 운행하기 위해 수색역 부근 경의선과 공항철도 사이에 2.2㎞ 길이의 연결선을 건설했다.

KTX 열차는 서울역에서 경의선으로 수색역까지 간 다음 연결선을 거쳐 공항철도 선로로 인천공항까지 가게 돼 있다.

이 구간을 달리던 KTX 열차에 문제가 생기면 공항철도 운행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공항역에서 KTX 열차 바퀴가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나면서 인천공항역에서 서울역까지 한 번에 가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운행이 아예 중단됐다.

올해 3월에도 대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역으로 가던 KTX 열차가 인천 영종대교 위에서 갑자기 멈춰서 공항철도 열차의 전 구간 운행이 1시간 40분 동안이나 '올 스톱'됐다.

이때 고장 난 열차는 전력 공급부 볼트 1개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배터리가 일찍 방전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이 구간에서 KTX나 공항철도 열차가 멈출 경우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출국객들의 발이 모두 묶이게 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고가 날 경우 코레일 측에서 버스나 택시 등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열차 승객들을 공항으로 수송하지만, 여행객들이 항공편을 놓치는 사례도 발생한다.

앞서 발생한 사고 3건이 모두 KTX 열차 고장 때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열차의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는 KTX 열차가 파임 현상이 생긴 '불량 바퀴'를 바로 정비하지 않고 8만7천916㎞를 운행했다가 적발됐다.

2005년∼2014년 발생한 열차 탈선사고 46건 중 28건은 선로 상에서 일반 열차의 궤도를 바꾸는 설비인 분기기 이상으로 발생했지만, 최장 1년 동안 보수하지 않고 방치하기도 했다.

KTX 측은 현재 인천공항역에 상주하는 안전점검기동원을 열차에 직접 태워 열차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공항철도와 코레일은 올해 3월 사고 이후 관제실 간 직통 전화를 개설했다"며 "일단 사고나 비상상황이 생기면 즉각 공유해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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