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실험 재현성·객관성 약해 신뢰 위기"

입력 2017-07-31 16:08
"생명과학실험 재현성·객관성 약해 신뢰 위기"

제3자 재현실패 사례 많아…신뢰제고 노력도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 연구성과를 제삼자가 실험을 통해 재현할 수 없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과학실험은 연구부정을 하지 않아도 실험조건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이 어렵고, 확인이 불충분한 채 논문이 게재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재현성이 없는 논문이 양산된다면 일본은 물론 전세계 과학연구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실제 연구현장에서는 때때로 "이거 진짜인가"라고 의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 과학지 네이처가 2016년 1천576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른 과학자의 실험을 재현해보려 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의 비율이 무려 70%를 넘었다. 논문이 제시한 순서대로 실험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90%의 논문에서 재현성이 없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독일 바이엘의 제약자회사나 미국 암젠은 암 관련 논문 대부분이 재현성이 없다고 보고했다.

생명과학 특유의 사정도 있다.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이나 생체조직, 세포 등의 실험자료가 균일하지 않은 것이 재현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의 실험자료나 시약을 사용해도 어느 날을 경계로 실험 결과가 바뀌는 것도 있다.

유전자의 해석에 잘 사용하는 전기영동(電氣泳動)은 같은 사람이 해도 결과가 다른 적이 많다. 전기영동이란 전해질 중에 존재하는 하전(荷電) 입자에 직류 전압을 걸면 정의 하전 입자는 음극으로, 부의 하전 입자는 양극으로 향하여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생명과학은 실험조건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재현이 어렵다. 또 아직 찾지 못한 분자나 해명되지 않고 있는 기능도 많아 물리나 공학 등의 분야에 비교해서 재현성 확보가 어렵다.

과학논문은 정설과 다른 현상이나 아이디어를 공개, 논의를 심화하는 역할도 한다. 재현할 수 없어도 진실을 살펴보는 힌트가 숨겨져 있는 것도 많다. 새로운 가설이나 실험법을 창조, 진보에 기여한다.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 등이 개발한 iPS세포는 당초에는 재현 확률은 낮았지만 이후에 다른 그룹에서도 재현할 수 있게 되면서 혁신적인 기술로서 널리 퍼졌다.

반대로 일본 정부계 이화학연구소가 발표한 STAP세포는 아무도 재현할 수 없게 되자 검증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연구 조작이 발각된 뒤 논문이 철회됐다.



경쟁 심화로 명성과 자금이 라이벌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 확인이 불충분한 채 논문을 투고하는 경향도 재현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재미있는 결과가 났다'고 공표하는 풍조도 문제다.

최근에는 재현성 재고를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는 2016년 연구계획이나 실시방법 등의 지침을 작성해서 공표하고, 연수도 시작해 재현성 제고를 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암치료 실험에서 부정적인 데이터가 나왔을 경우라도 기록을 남기고 제삼자 검증에 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연구 투명성을 높이고, 질 높은 논문 발표를 촉진할 목적이다.

일본의학회연합은 27일 의학연구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재현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신지식에 익숙할 것 등 6항목을 산하 128학회 회원에게 호소했다.

일본의학회연합 연구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치카와 이에쿠니 신슈대학 특임교수는 "학술계에서 치졸한 실험이나 날림 논문이 방치돼 있으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 봄 센다이시에서 열린 일본약학회 심포지엄에서도 연구의 재현성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한 참석자는 "재현성 문제를 거리낌 없이 논의할 장소가 없다.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현성 문제를 향상시키며 건전한 연구를 지향하는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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