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편리함+가격' 무기로 돌풍…리스크관리는 과제
외국인·미성년자 가입 안 되고 상품 종류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박의래 기자 =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5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기존 은행보다 편하고 금리도 유리해서다.
31일 카카오뱅크는 신규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여신은 3천230억원, 수신은 3천4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카오뱅크가 영업 초반 큰 인기를 얻은 가장 큰 강점은 편리함이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서류 제출 없이 바로 대출도 된다.
직장인이 기존 은행에서는 대출 한 번 받으려면 재직증명서나 소득 증빙자료 등을 꾸려 일과 시간에 은행을 찾아가야 했지만, 퇴근길에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
또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기존 은행에서 항상 필요했던 각종 인증 장치들도 최소화했다.
카카오톡의 인지도를 등에 업은 데다 기존 은행들의 애플리케이션(앱)과 비교해 빠르고 사용하기 쉽게 만든 점도 한몫을 했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나왔을 때만 해도 큰 동요가 없던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에 한층 더 긴장하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써보니 모바일 앱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답게 훨씬 쉽고 간편하다"며 "기존 은행들은 왜 이렇게 앱을 만들지 못했나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라는 무기도 갖췄다.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는 최저 2.86%로 평균 3%가 훌쩍 넘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상품보다 금리가 낮고, 한도도 최대 1억5천만원으로 일반 직장인 모바일 대출 중 가장 많다.
예금금리도 2.0%로 은행권에서 최고 수준이고, 해외송금 수수료도 시중은행의 10분의 1 규모로 낮췄다.
카카오뱅크가 가격 경쟁력도 갖추자 시중은행들도 예금금리를 높이거나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는 등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주주사인 서울보증보험을 끼고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신용등급 8등급 저신용자도 소액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편리함과 가격에서 시중은행을 압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있다.
일단 미성년자와 외국인 가입이 안 된다.
미성년자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여권으로 신분 확인을 할 수 있고 외국인도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으로 신분 확인이 가능하지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처럼 실시간으로 신분증이 진짜인지 확인이 불가능해 비대면 계좌 가입에 활용하기 어렵다.
대출 금리가 낮고 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다 보니 벌써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신용평가사의 자료에 서울보증보험의 자료와 노하우를 활용해 신용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 부실로 인한 손해가 쌓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 은행장은 "대출은 금리를 낮게 하면 무조건 잘 나간다. 하지만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순간부터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며 "금융업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라고 말했다.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특히 은행 대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아직 안 되고, 사업자 대출도 불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일단 올해 안에 전세담보대출을 내놓고 순차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 대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비대면으로 100%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사용이 어렵다.
상담원과의 통화나 카카오톡을 이용해 상담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리다 보니 영업 개시 5일째인 이날까지도 고객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 상품들은 당초 계획대로 꾸준히 늘려나갈 생각"이라며 "고객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서비스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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