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감독 "'청년경찰'은 성장영화…세상을 구하는 건 열정"

입력 2017-07-31 13:22
김주환 감독 "'청년경찰'은 성장영화…세상을 구하는 건 열정"

미국 유학파·배급사 직원에서 감독으로 데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블록버스터 전쟁터인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한국영화 '청년경찰'이 8월 9일 도전장을 내민다.

혈기왕성하고 정의감 넘치는 두 경찰대생이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액션영화다.

총제작비는 70억원 안팎. '군함도'(260억원), '택시운전사'(150억원)가 헤비급이면 '청년경찰'은 라이트급 축에 속한다. 이 때문에 올여름 극장가의 최약체로 꼽혔으나 최근 시사회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웃음과 감동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환(36) 감독은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경찰대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는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존재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말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지만,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경찰대생 기준(박서준 분)과 이론은 해박한데 '허당끼'있는 희열(강하늘), 두 사람이 티격태격 빚어내는 콤비 플레이가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끌어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둘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과 처음 만났을 때 대사 호흡 등을 맞춰보는 '리딩'도 하지 않았죠. 대신에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커피숍에서 수다도 떨면서 놀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다 보니 두 배우는 저절로 친해졌고, 촬영 현장에서 다양한 즉흥 대사를 선보이며 영화의 맛을 더 살릴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박서준에 대해 "리더 또는 장남 스타일로, 굉장히 마음이 따뜻한 배우"라고 평했고, 강하늘에 대해선 "타인을 많이 존중해주는 심성이 착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 영화는 코믹 요소가 많지만 그렇다고 마냥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만은 아니다.

최근 국내 범죄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조선인 범죄 조직과 여성이라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올 범죄가 등장한다. 납치 피해자가 살해될 확률이 가장 높은 시간인 '크리티컬 아워' 7시간을 설정해 그 시간 안에 범죄를 해결하려는 모습에서는 언뜻 세월호가 연상된다는 평도 나온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코미디 영화로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니다"면서 "웃음을 끌어내려면 영웅에 대한 과업, 소명에 대한 무게감이 있어야 하므로 범죄 부분은 무겁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또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발생한 '그 사건'을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경찰'이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김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려서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김 감독은 디즈니 입사 등을 꿈꾸며 중학교 2학년 때 홀로 뉴질랜드로 유학길에 올랐다. 이어 고등학교 1핵 때 미국으로 건너가 동부 뉴햄프셔주의 사립고교를 졸업하고, 명문 조지타운대에서 외교정치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공군 통역장교로 40개월 복무했다. 복무 중에는 쿠웨이트로 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엄친아'로, 여기까지는 영화감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듯 보인다.

그러나 마음속에 창작자로서의 꿈과 열정을 키워온 그는 제대 후 2008년 국내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공채로 입사해 6년간 홍보와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그곳에서의 실무 경험은 관객을 배려할 줄 아는 시나리오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쇼박스 투자·배급 영화 '택시운전사'의 엔딩크레디트에는 김 감독의 이름이 해외 캐스팅 디렉터로 올라있다. 과거 쇼박스와의 인연으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을 섭외하는 일을 그가 맡았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회사를 그만둔 그는 3년간 '청년경찰' 시나리오에만 매달렸고, 이번에 첫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중2 때 뉴질랜드로 유학 갔을 때 20㎏짜리 여행 가방을 혼자 들지도 못해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에 끌려간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연약한 존재였지만, 그래도 열정 하나로 살았던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힘들었지만, 항상 시나리오를 썼죠. 저는 요즘 청년들에게 결국 세상을 구하는 것은 열정인 만큼, 열정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김 감독은 '청년경찰'이 흥행에 성공하면 박서준·강하늘 콤비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와 다시 한 번 손잡고 '청년경찰2'를 찍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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