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더일하고 임신안해 고소득" 英칼럼니스트 해임

입력 2017-07-31 11:59
수정 2017-07-31 13:09
"남자 더일하고 임신안해 고소득" 英칼럼니스트 해임

BBC방송인 남녀임금차별 두둔한 칼럼에 비판 봇물 터지듯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공영방송 BBC의 남녀 임금차별을 두둔하는 반유대주의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글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킨 영국 일간 선데이타임스의 칼럼니스트가 해임됐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는 반유대주의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내용의 칼럼을 쓴 아일랜드 출신 언론인 케빈 마이어스를 해고하고 해당 칼럼을 게재한 데 대해 사과했다.

마이어스는 BBC방송의 남녀 임금 차별을 철폐하라는 여성 방송인들의 요구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이날 더선데이타임스 아일랜드판에 게재했다.

마이어스는 글에서 BBC 여성 방송인 중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클라우디아 윙클먼과 버네사 펠츠를 지목했다.



그는 "비극적이라고 할 정도로 내게는 생소하지만, 방송 활동만큼은 훌륭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은 모두 유대인"이라며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자신의 재능을 최소한의 가격에 제공하는 사람들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유대인은 계산에 밝고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묵은 편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마이어스는 또 "BBC 출연자 연봉 상위 10위권에 여성은 단 한 명 있다. 왜 그럴까. 남성이 더 카리스마 넘치는 방송인이어서일까. 그들이 더 열심히 일해서일까. 그들이 더 의욕적이어서일까. 아마 이 모든 이유가 조금씩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인사부는 아마도 남성이 일반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덜 아프고 임신도 덜 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런 내용의 칼럼이 게재되자 SNS상에서 각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아일랜드의 한 변호사는 트위터에 "이 칼럼이 게재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집자를 거쳤는지 알고 싶다. 어림짐작으로 봐도 그중에 여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에디터 라이오널 바버는 트위터에 "희석되지 않은 반유대주의와 여성혐오주의가 신문의 한 문장에"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칼럼은 이날 오전 중반 더타임스와 더선데이타임스가 같이 이용하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됐고 더선데이타임스의 편집장과 이 신문의 아일랜드판 편집장이 연이어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문은 이어 이날 정오께 마이어스가 더는 칼럼을 싣지 않기로 했다며 마이어스의 해임 소식을 전했다.

아이리시 타임스와 아이리시 인디펜던트 그룹 등 아일랜드 매체에 기사와 칼럼을 게재해온 마이어스가 쓴 글이 논란을 불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9년에는 벨파트스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칼럼에서 "홀로코스트는 없었고 유대인 600만명은 (히틀러의) 제3제국에 의해 학살당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앞서 2005년에 그는 아이리시 타임스에서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사생아(bastards)"라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8년에는 아이리시 인디펜던트에 아프리카 구호에 대한 칼럼을 게재하면서 "광활한 대초원과 푸른 초원을 가진 아프리카는 에이즈 이외에는 누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적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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