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열병식 칭기즈칸과 연계해 다룬 이유는…정복군 꿈꾸나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관영매체들이 30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주르허(朱日和) 훈련 기지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열병식을 정복자인 칭기즈칸, 청나라 강희제(康熙帝) 등과 연계해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열병식이 열린 주르허 기지가 칭기즈칸이 800년 전 기마병으로 유라시아 원정을 위해 출정한 곳과 가깝다고 보도했다.
주르허는 '심장'을 뜻하는 몽골 단어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강희제가 300여 년 전 반란을 진압한 곳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군이 대표적 정복자들의 행적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사상 첫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강군의 꿈'(强君夢) 실현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정복군 부활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최대 군사 훈련기지인 주르허 기지는 홍콩 섬의 13배에 달하며 모의 전장과 병원, 물류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중국군은 1957년 처음 주르허에 기갑부대 훈련 기지를 설립했으며 1997년 미래 첨단 기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전군 최대, 최고 수준의 합동 전술 훈련 기지로 확충했다.
중국군은 2003년 주르허 기지를 외국군 장교들에게 개방했으며 2005년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24개국 대표단에 군 훈련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6일간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군과 합동 대테러 훈련을 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주르허 기지에서 매년 여름 진행되는 대항전 훈련에 참가하는 홍군과 청군 중 서양 군대의 지휘체계와 전술을 가상한 청군에 최첨단 탱크와 대포 등 첨단 무기가 지원됐다고 전했다.
군사전문가인 앤서니 웡(黃東)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남중국해와 한반도 위기가 계속 불거지고 중국군과 인도군 간 국경 대치마저 벌어져 심각성을 더하는 가운데 펼쳐진 이번 열병식으로 중국군의 군사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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