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개헌권한 제헌의회 투표…야권 반발속 사상자 속출(종합)

입력 2017-07-31 06:13
수정 2017-07-31 15:27
베네수엘라 개헌권한 제헌의회 투표…야권 반발속 사상자 속출(종합)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첫 투표…반정부 시위대 도로 봉쇄·투표소 공격

선거 출마자 피살·야당 지역조직 간부 사망·사제폭탄에 경찰 부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30일(현지시간) 개헌 권한 등을 지닌 제헌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야권이 투표에 격렬히 반대하면서 곳곳에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충돌이 빚어져 사상자가 속출했다.

국영 VTV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제헌 의원 545명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전국 1만4천500개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6시께 수도 카라카스 서부 지역에 있는 투표소를 방문해 처음으로 투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투표 후 "국민이 투표라는 민주적인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신에게 축복을 간구했다"며 "새로운 전투의 시대가 시작됐다. 우리는 제헌의회와 함께 헤쳐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티비사이 루세나 선거관리위원장은 "국내외 참관 아래 선거 절차가 공정히 진행될 것"이라면서 "안전한 투표가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94%의 투표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전했다.

투표율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야권은 정오까지 오후 중반까지 투표율이 7%에 불과했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85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AP통신은 카라카스에 마련된 투표소 20여 곳을 둘러보니 이전 선거와 달리 많은 베네수엘라인이 투표를 포기한 것 같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투표하기 위해 긴 줄을 선 시민들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전국의 일부 투표소와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거리 곳곳에서 야권 지지자들이 투표 반대 시위를 격렬히 벌이면서 군경과 충돌이 일어나 사상자가 잇따랐다.

검찰은 주말 동안 반정부 시위자와 군인 등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이 계속되면서 지난 4월 이후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사망자는 12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북동부 도시인 쿠마나에서 야당인 민주행동당의 지역조직 간부인 리카르도 캄포스(30)가 총격에 사망했다고 검찰과 소속당이 전했다.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서는 사제폭탄이 터져 경찰 7명이 다쳤다.

전날 타치라 주에서는 수백 명의 반정부 시위자가 2개의 학교에 난입해, 개표기 등을 부수고 선거자료를 불태웠다.

투표를 앞두고 후보자가 살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제헌의회 후보자인 변호사 호세 펠릭스 피네다(39)가 전날 밤 시우다드 볼리바르에 있는 자택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에 숨졌다.

제헌의회 입후보자가 사망한 것은 두 번째다. 앞서 호세 루이스 리바스 후보자가 지난 10일 북부 마라카이 시에서 선거유세 도중 피살된 바 있다.

베네수엘라군 23만2천 명은 중무장을 한 채 반정부 시위대의 공격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투표소 주변에 배치됐다.

제헌의회는 1999년 제정된 헌법의 개정, 국가기관 해산 등 다른 헌법기관보다 우위의 강력한 권한을 지닌다.

이 때문에 우파 야권은 제헌의회가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정권의 독재권력을 한층 강화하는 제도적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제헌의회 참여를 거부했다.

콜롬비아와 파나마는 이번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개헌만이 민중의 권리를 강화하고 4개월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투표를 강행했다.

제헌의회 선거에는 지역과 계층을 대변하는 6천120명이 출마했다. 출마자 중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사회주의 민병대 출신 인사 등이 포함됐지만 반대 방침이 분명한 야권 인사는 없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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