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반부패 영웅' 모루 판사 "정치권 부패척결 의지 약해"
정치권 무관심으로 반부패 입법 노력 위축 가능성 우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반부패 영웅'으로 불리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가 부패척결에 소극적인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모루 판사는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를 통해 정치권에서 부패척결을 위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루 판사는 부패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비난하면서 "부패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에 부패척결이 경찰과 검찰, 판사들의 고유 업무로만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패를 줄이기 위한 입법 노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앞서 모루 판사는 지난 4월 초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브라질 콘퍼런스'에 참석, 브라질 정치권의 비자금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는 반민주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모루 판사는 연방검찰 주도로 마련된 반부패법안에 비자금 사용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지지하면서 정치권의 반부패법 무력화 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정치권은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고 비자금 조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판사·검사를 권한남용 이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삽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사법부와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부패법안을 수정하면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모루 판사는 1990년대 이탈리아 반부패 수사의 영웅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판사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3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모루 판사가 중남미의 오랜 부패 관행을 '과거의 일'로 돌릴 수 있는 중요한 사건 수사를 이끌고 있다며 그를 '50인 지도자' 명단에서 13위에 올려놓았다.
한편, 브라질 사법 당국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수사를 벌이고 있다.
'라바 자투'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및 건설 관련 계약 수주의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이 수사를 통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 혐의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페트로브라스와 오데브레시에는 막대한 벌금이 부과됐으며 이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