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무장괴한 부통령 저택 침입…경찰과 대치 끝에 사살돼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대선을 앞둔 케냐에서 무장괴한이 부통령 저택에 침입해 경찰과 20시간 대치하다 결국 사살됐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300여Km 떨어진 엘도렛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를 지닌 괴한 1명이 윌리엄 루토 부통령의 자택을 침입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보도했다.
이 괴한은 입구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을 칼로 찌르고 총을 빼앗아 주택 내부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토 부통령과 그의 가족은 전날 고향에 내려와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지만 사건 당시에는 현장에 없었다.
조셉 보이넷 케냐 경찰청장은 30일 "범인이 전날부터 저택 안에 숨어들어 경찰 특공대와 20여 시간 대치 끝에 이날 아침 사살돼 상황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보이넷 청장은 그러면서 범인의 침입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비가 삼엄한 부통령 저택에 괴한이 어떻게 침입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경찰 소식통은 그러나 AFP에 범인이 여러 명이었다며 "총기로 무장한 다수의 괴한이 보안요원을 공격하고서 그의 총을 빼앗았다"라고 달리 전했다.
루토 부통령은 현재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내달 8일 대선에 재출마하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루토 부통령이 나고 자란 서부 리프트 밸리 지역은 지난 2007년 유혈사태를 빚은 대선 당시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이번 대선은 케냐타 대통령과 그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라일라 오딩가 전(前) 총리와의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가운데 오딩가는 여당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며 비난을 가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달 초 지지자 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나이바샤 지역에서 유권자에 대한 협박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또한, 리프트 밸리 지역에서는 증오를 부추기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배포되는가 하면 일부 주민은 이미 피난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타와 루토는 지난 2007년 1천 100명이 사망한 대선 유혈사태를 배후조종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됐으나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가 중지됐다.
파투 벤수다 ICC 수석검사는 당시 이들 혐의자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회유를 통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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