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담합 의혹에 "공정위가 조사해야" 청원

입력 2017-07-31 06:21
독일차 담합 의혹에 "공정위가 조사해야" 청원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불법 담합 의혹과 관련해 유럽 당국이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회사의 담합으로 생산된 자동차가 국내에 들어와 판매됐으므로 국내 시장에서도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회사 5곳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하 변호사는 지난 2015년 발생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디젤 게이트)와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등 5개 자동차회사는 1990년대부터 불법 카르텔을 형성해 각종 사안에서 담합해왔다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가 나온 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독일 연방카르텔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핵심은 요소수 탱크(add blue) 크기와 관련한 담합 의혹이다. 요소수는 디젤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장치인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의 중요 부품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5개 자동차회사는 요소수 탱크의 크기를 8ℓ로 제작하기로 담합했다. 기존에는 일부 업체가 35ℓ 크기의 요소수 탱크를 제작해왔다.

이는 8ℓ로 제작할 경우 제조원가가 약 80유로(약 10만5천원) 줄어드는 데다 트렁크 공간이 넉넉해져 가솔린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합의한 규격이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요소수를 가득 채우고 정상적으로 SCR을 작동시키면 탱크 크기가 35ℓ인 차량은 최대 3만㎞를 달릴 수 있지만, 8ℓ인 차량은 최대 6천㎞만 주행할 수 있다.

결국 8ℓ 요소수 탱크를 장착한 디젤차는 요소수 보충을 위해 서비스 센터에 더 자주 들러야 하는 불편이 있어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이들 회사는 정상 주행 상태에서 요소수 분사를 끄는 임의설정, 즉 배출가스 조작까지 했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그룹과 다임러는 논평을 거부했으며 BMW는 공식 성명을 내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그러나 유럽에 이어 미국 법무부도 담합 의혹에 대한 비공식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하 변호사는 "5개 자동차회사가 담합해 요소수 탱크 크기를 줄여 제조원가를 줄였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국내에 들여온 디젤차의 가격을 가솔린차보다 500만원 내지 1천만원 더 비싸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국내에서 요소수 분사를 임의로 끄는 설정을 하고도 이를 감춰 사전 인증을 받은 불법 차량을 고가에 판매했다"면서 공정위에 조사 개시를 요구했다.

SCR 요소수 분사 조작과 관련, 폭스바겐그룹은 문제 행위가 인정돼 미국에서 배상금을 냈고 다임러는 독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SCR은 유로6 기준 차량에 주로 장착되며 일부 유로5 모델에 적용된 경우도 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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