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출주역으로] "경쟁력 제고 '해법'은 R&D 지원"
"수출전문가도 육성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김은경 기자 = "한국 기업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길러 다른 나라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통신부품을 제조하는 A중소업체의 관계자 정모씨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출 기업으로서 정부에 바라는 바를 이 같이 밝혔다.
2003년 창립한 A업체는 지난해 800억원 정도의 매출 중 70∼80%를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 수출해 올렸다.
정씨는 "규모가 작은 통신부품 시장에는 대기업이 진출해 있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우리도 중소기업이다 보니 원가 절감 등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하기가 어려워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고 돌아봤다.
그는 "특히 이쪽 분야 기술은 일본보다 뒤처진다. 데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인재 육성과 생산라인 확보 등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는 매출이 1천억원이 안 되는데 생산라인 1개를 구성하려면 투자비가 200억∼300억원씩 들어 사실상 기술 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정부가 각국 중소기업들끼리 경쟁하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등에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며 "개발 전문 인력 채용도 어려운 만큼 관련 대학 등과 연계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정부가 수출 전문가를 많이 기르는 등 종합적인 관점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도 정씨는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을 처음부터 개척해가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정부가 관련 산업의 글로벌 상황과 해외 시장 이해 등을 돕는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이들의 지식을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 자회사를 두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널리 알려진 B완구업체 관계자 김모씨도 한국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기르려면 결국 '한국'이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정부가 해외에서 자체 박람회를 많이 진행하고, 국제적인 박람회에서는 한국 제품들의 전시장을 관람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며 "단순히 중소기업들의 참가비 등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골고루 신경 써야 지원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업이든 성장하려면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지금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바란다면 고용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의 지원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바랐다.
전문가들도 국내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학회 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8% 정도밖에 안 되고 진출 시장도 중국·동남아·미국 등으로 편중돼 있다"며 "남미나 인도 등으로 판로를 다변화해야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과 해외 시장을 연결해주는 글로벌 종합상사를 정부가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며 "또 우리나라 상품들이 어느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인지 등을 연구해 중소기업들과 공유하고 중소기업들의 해외 각종 박람회 참가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소기업들도 국내에서 팔던 상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다만 중소기업은 내수용, 수출용으로 구분해 상품을 개발하기 힘드니 정부가 R&D 비용을 지원하는 등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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