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코바체비치 "25년만이네요"…평창서 빛난 우정의 선율

입력 2017-07-29 10:36
수정 2017-07-29 11:11
정경화·코바체비치 "25년만이네요"…평창서 빛난 우정의 선율

평창대관령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리뷰…한중일 음악가들도 힘 보태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28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 비 내린 직후의 여름 안개와 선선해진 밤공기를 한껏 머금은 대관령에 아름다운 우정의 음표들이 넘실댔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는 25년 만에 한 무대에 올라 거장들의 하모니를 보여줬고, 한중일 음악가들은 클래식 선율에 아시아의 우정과 화합을 실었다.

이날 공연은 정경화와 코바체비치의 만남으로 주목받으며 600석의 객석이 전체 매진됐다. 한국 초연되는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29일·알펜시아 뮤직텐트)과 함께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온 공연이다.

1부 후반에 등장한 정경화와 코바체비치는 초반부터 정다운 모습으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코바체비치는 피아노 의자에 앉더니 귀엣말로 정경화에게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정경화는 웃으면서 "무대 조명이 너무 밝아 악보가 잘 안 보인답니다"라고 객석에 상황을 설명해줬다.

스태프들의 조치로 조명이 다소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그제야 25년 만의 하모니를 빚기 시작했다.

지난 1983년 런던 세인트 존스 스미스 스퀘어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인연을 시작으로 자주 해외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1992년 연주 이후 한동안 함께 할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평창에서 오랜만에 조우하게 됐다.

이들이 선택한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에서 따온 악상을 사용한 곡으로 '빗방울 소나타', '비의 노래 소나타'로도 불리는 유명 소나타다.

이들이 빚어내는 우아하면서도 약간은 음울한 브람스만의 서정성은 비 갠 직후의 대관령의 여름밤에 더 없이 어울렸다.

동글동글하면서도 소박한 소리를 내는 코바체비치와 드라마틱하고 짙은 소리를 내는 정경화는 언뜻 보기에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두 '친구'는 묘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의 소리를 감싸 안았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대가들다운 연주였다"며 "서로 매우 다른 소리를 지녔지만, 상대방을 굉장히 배려하고 맞춰주려는 노력이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빗방울이 번지는 듯한 피아노 선율과 애수 어린 바이올린 선율의 대화가 이어진 3악장이 끝나자 객석은 큰 박수와 환호로 이들의 하모니에 화답했다.

정경화와 함께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는 연주가 끝나자마자 기립해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들의 연주 전후로는 한중일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실내악으로 우정의 선율에 깊이를 더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한중일 콘서트'라는 부제를 붙여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아시아에서 이어지는 올림픽 대회를 문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바람을 담았다.

중국 비올리스트 헝 웨이 황,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마유 기시마와 함께 한국 첼리스트 고봉인,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김다솔 등이 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도흐나니의 '세레나데', 멘델스존의 '피아노 6중주', 프로코피예프의 '히브리 주제에 의한 서곡' 등을 연주했다.

이번 축제는 8월 8일까지 이어진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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