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이나다 방위상 사퇴후 北미사일로 책임론 가중
야당, 이나다 소환 국회심의 추진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지난 28일 사퇴한 직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9일 새벽 관저에서 두 차례 카메라 앞에 서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나라 안전에 대한 위협이 중대하고 현실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강조하며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압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NSC에는 방위상 참석이 필수지만, 이나다 방위상이 전날 사퇴 기자회견을 한 직후여서 당분간 겸임하기로 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방위상 역할까지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이날 새벽 두 차례 긴급 브리핑을 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지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퇴한 이나다 방위상은 아베 총리가 '미래의 리더감'으로 추켜세우며 스스로 발탁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심야에 미사일을 발사하자 방위성의 한 직원은 사퇴한 이나다 방위상과 겸임하기로 한 기시다 외무상 중에서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확인하고 있다"고 이날 새벽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 스캔들'뿐만 아니라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의 패배에 이어 방위상의 사퇴까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 역시 아베 총리가 자질이 의문시되는 인물을 방위상에 기용해 '문민 통제'가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외교문제나 내정으로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이른바 '북풍'을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지난 4일에도 입장을 발표하고 NSC를 소집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았다.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 대참패를 기록한 뒤 책임론이 제기되자 이전처럼 '북한발 위기'를 부각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에는 사태 발전 양상이 이전과는 다르다. 이나다 방위상이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남수단에 평화유지활동(PKO)으로 파견된 자위대의 일일보고(일보) 문건 은폐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방위성의 방위감찰본부는 전날 "(이나다 방위상이) 간부로부터 일보의 존재에 대해 무언가 발언이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못한다"면서도 "다만 서면에 의한 보고나 비공표를 인정한 사실은 없었다"는 애매한 내용의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일로 방위성 사무차관, 육상막료장(육군참모총장에 해당)까지 퇴직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본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사퇴한 이나다 방위상을 출석시켜 국회 심의를 열 것을 요구했다.
집권 자민당마저 심의 시기에는 이견을 보였지만 그의 출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당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에 대해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또한,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위상을 겸임하도록 한 판단 역시 이번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전날 국회 주변에는 시민들이 모여 "(이나다 방위상이) 사임해도 의혹에 대한 설명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직 각료는 "총리는 국익보다 사적 감정을 중시, 정권의 허물을 키웠다"며 "방위성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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